문화
[Pet]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편리와 불안 사이’
입력 2024-09-09 14:36 
(사진 프리픽freepik)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지난 3월, 안과를 필두로 현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반려동물 건강 관리 앱 ‘티티케어(TTcare)를 통해서다. 다만 수의사가 직접 초진한 반려동물에 한해 재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를 반려인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수리 잇몸에서 피가 나 병원을 방문했다. 예약을 받지 않아 오픈 시간에 맞춰 갔지만, 대기 번호가 12번이었다.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해 일단 집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피는 멎었다. 며칠 뒤 다시 피가 나서 오픈 30분 전에 도착해 대기 4번을 받았고, 한 시간 남짓 기다렸다 진료를 받았다. 잇몸 영양제를 먹이며 지켜보자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는데, 병원 공포증이 심한 수리를 달래느라 진이 다 빠졌다. 평소에도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라 마음만 급해지는데, 그럴 때면 비대면 진료에 회의적이던 나도 진지하게 그것을 고려해 본다.
작년에 반려동물 원격 진료 이슈가 본격화되고서 KB경영연구소가 반려인을 대상으로 찬반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반려인의 44.1%가 원격 진료 필요성에 동의했고, 43.2%가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원격 진료를 통해 내원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직접 방문이 여의치 않을 때 유용하며, 반려동물의 병원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한편, 일부 반려인들은 어차피 치료를 하려면 내원해야 하는 점, 영상으로는 진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과 불신 등을 이유로 원격 진료에 냉담했다. 대한수의사회의 입장도 부적합에 가까웠다. ‘오진의 위험성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는 반려인의 설명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반려인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또 질병의 원인을 알고 집에서 관리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잘못 케어하고 있어도 점검받을 타이밍을 놓치기 쉬운 단점이 지적되었다.
(사진 프리픽freepik)
어쨌거나 지금은 안과를 시작으로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가 현실화되었다. 진료는 반려인이 먼저 반려동물의 눈을 촬영해 앱에 제공하면, AI가 분석한 결과를 수의사가 확인한 뒤 영상 통화를 하며 상담을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정확도만 보장되면 원격 진료의 장점에는 전적으로 동의가 된다. 특히 반려동물이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거나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 또 내원 전에 상태를 확인하고 방문 여부를 정하거나 일정을 잡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비대면 진료에 관해 아직은 이렇다 할 후기가 눈에 띄지 않는데, 다수 반려인은 진료 과목이 늘어나고 AI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될 때까지는 판단을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나 역시 시간 절약이나 수리의 병원 공포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중이다.
[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freepik)]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6호(24.9.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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