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한인 납치 살해' 필리핀 경찰, 종신형 선고 후 도주
입력 2024-09-09 07:11  | 수정 2024-09-09 07:26
필리핀 한인 살인사건 주범 라파엘 둠라오. / 인콰이어러 = 연합뉴스
2016년 발생한 '한인 사업가 납치 살인 사건' 주범 도주
2016년 한인 사업가 지익주(당시 53세) 씨를 납치 살해한 필리핀 전직 경찰 간부가 8년 만에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결국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9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올해 7월 중순 주범 라파엘 둠라오에 대한 형 집행을 위해 주거지 등을 수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지난 6월 26일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인 둠라오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판사는 이례적으로 1심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을 인정하면서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중대한 재량권 남용은 여러 법적 증거 및 정황에도 불구하고 1심 판사가 잘못된 판결을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둠라오의 하급자로 범행에 가담한 마약단속국 소속 경찰관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 제리 옴랑에겐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둠라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주도한 '마약과의 전쟁' 당시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을 지낸 조직 내 실세로 퇴임 후에는 변호사로 활동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그가 지닌 역량과 인맥 등을 활용해 도주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필리핀 사법당국과 한국대사관의 이렇다할 조치가 없었습니다.

결국 둠라오는 도주했고, 현지 사법당국이 법망을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한국대사관이 필리핀 사법 체계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더라도 신병을 확보해 처벌이 이뤄지도록 당국에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법 공조 부실'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대사관 측은 일부 국내 언론과 '항소심 판결은 발로 뛴 외교적 성과'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해 동포사회에서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지익주 씨의 아내 최모 씨는 "달아난 주범 검거 및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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