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외국인 노동자 매년 느는데…창문도 화장실도 없는 숙소 여전
입력 2024-09-05 17:50  | 수정 2024-09-05 19:26
【 앵커멘트 】
3년 전 농장에 고용된 이주노동자가 난방도 안 되는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위에 떨다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는데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을지, 안정모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기자 】
농장 한편에 샌드위치 패널을 덧댄 허름한 구조물이 서 있습니다.

이곳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숙소인데, 취재진이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곳곳에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고 화장실과 에어컨은 곰팡이로 새카맣습니다.

(현장음)
- "너무 더워요."

사람이 살기에 매우 열악한 환경이지만, 농장주는 숙소비 명목으로 이주노동자의 월급까지 차감하고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캄보디아인 이주노동자
- "20만 원 잘라요. 20만 원 잘라요…이 집은 저에게 좋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인근의 한 농장주
- "월세 (방) 얻는 것보다는 싸지. 어지간한 것 전기, 수도, 가스 다 해결되는데."

인근의 다른 숙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벽면에는 기름때가 가득하고 바닥에는 곤충 사체가 널브러진 모습입니다."

심지어 간이 화장실에 배수시설도 없어 고무 대야로 배변을 받아내며 생활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국말이 서투른 한 이주노동자는 번역 앱을 통해 불법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20년 겨울 캄보디아인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뒤, 고용노동부는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사업주가 이주노동자에게 불법 기숙사를 제공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락하지 않는 방안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매년 전체 사업장의 5%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불법 기숙사를 신고하고 사업장을 옮기는 방법도 생겼지만, 타국 살이를 하는 이들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 인터뷰(☎) : 김달성 /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노동자들에게) 기숙사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입증 자료를 네가 다 떼어와라. 서류를 다 네가 떼어 와라…."

농장주에게 시설 자금을 지원해 숙소 개선을 돕거나, 지자체가 직접 기숙사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영상취재 :현기혁 VJ
영상편집 :김상진
그래픽: 유승희
자료제공: 이주노동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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