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사일생 '십원빵'…화폐 도안 어디까지 변형 가능? [올댓체크]
입력 2024-09-05 07:00 
지난 2021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주 황리단길의 한 가게를 찾아 십원빵을 시식하고 있다. / 사진=십원빵 인스타그램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2021년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경주 황리단길에서 구매해 시식한 ‘이 빵. 1966년 한국조폐공사가 처음 발행한 십원 주화 디자인에서 착안한 ‘십원빵입니다.

십원빵은 화폐 무단 도용 이유로 판매 중단 위기를 겪었는데, 1년여 만에 합법화됐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번 달부터 십원빵과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화폐 도안 이용을 허용키로 한 겁니다.

사진=네이버 뉴스 캡처

네티즌들은 진짜 돈 십원보다 십원빵이 300배 이상 비싼데 누가 십원빵을 십원으로 사용하나” 한국은행은 다보탑 그림을 불국사에 허락받고 도안했나”며 한국은행의 제재에 어이없다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또한 과거나 현재도 애들 장난감으로 가짜 돈 파는데 그것도 불법인가” 빵이야 그럴 일 없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비슷하게 만들어서 위조화폐로 사용되지 않도록 잘 검토해 달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십원빵 / 사진=MBN DB

십원빵을 실제로 보면 앞면에 다보탑이, 한글로 십 원이라고 쓰여 있어 동전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그동안 십원빵 판매를 제재한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탁상머리 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받았습니다. 또 십원빵의 인기를 따라 만든 일본의 ‘십엔빵에 일본 당국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사실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은은 화폐 위·변조나 품위, 신뢰성과 관계없는 도안 이용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좋겠다는 논의가 있었다”며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창의적인 경제활동과 서민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한 기준개정”이라며 태도를 바꿨습니다.

화폐 도안 이용 기준 / 사진=MBN DB

그렇다면 개정된 화폐 도안 이용 기준 어디까지 사용 가능한 걸까요? 한은이 밝힌 ‘한국은행권 및 주화의 도안 이용기준에 따르면, 화폐 모조품과 일반 도안으로 나눠 규격 요건을 제시합니다.

우선 종이로 만든 화폐 모조품은 위폐로 사용될 수 없도록 규격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지폐는 실제 크기의 50% 이하 또는 200% 이상, 주화 모조품은 실제 크기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잡지 등 인쇄물의 화폐 도안은 실제 규격의 75% 이하 또는 150% 이상 크기로 제작하고 ‘보기라는 문구를 첨부해야 합니다.

일반적 도안 이용, 화폐 모조품 등 사용 예시 / 사진=한국은행 제공, SNS 캡처

일반적 도안을 활용한 의류나 소품 등 규격 요건을 준수한 은행권 및 주화 모조품도 만들 수 있는데요. 예컨대 만 원짜리 지폐를 새겨 넣은 속옷, 오만 원을 그려 넣은 케이크, 돈방석 등 화폐 도안을 이용한 상품들이 가능해진 겁니다.

도진수 변호사는 십원빵과 달리 과거 해당 제품들에 대해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규모가 워낙 영세하다 보니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십원빵 같은 경우 프렌차이즈화 되고 유명해지다 보니 제재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화폐 도안을 그대로 이용하지 않고 인물만 변형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오만 원권 속 신사임당만 분리하거나 변형해 상품에 적용하는 식입니다.

한은은 영정 작가의 저작 인격권 침해 소지를 이유로 인물 도안을 별도 분리하거나 다르게 변형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전문영 변호사는 저작권에는 복제·배포에 대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자가 저작물을 통해 인격적 이익 보호를 위한 ‘저작인격권이 있다”며 과연 그 영정 사진을 누가, 언제 그렸는지에 따라 저작재산권 문제가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영정 사진을 그대로 잘라 쓴다고 하더라도 화폐 도안의 일부를 쓴 것이지 영정사진의 일부를 쓴 것이 아니기에 동일성 유지권 침해인지 여부도 견해가 갈릴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는 화폐 도안 이용 규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폐 응용 도안에 대한 허가 기준을 찾긴 어렵지만, 대부분 이미지 자체를 본뜨는 것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등이 엄격하고, 유럽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향이라는 설명입니다.

정 교수는 미국 달러화 도안 사용에 대해 화폐 이미지의 크기는 원래 화폐의 길이보다 4분의 3 이하이거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며 1달러 지폐의 경우 광고에서 사용하는 이미지의 길이는 4.6인치 이하이거나 9.2인치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화폐 이미지의 단면만 사용해야 하고, 앞면과 뒷면을 모두 사용할 수 없다 점. 화폐 이미지를 사용한 후 디지털화된 저장 매체, 그래픽 파일, 광 저장 장치 등 모든 것을 최종 사용 후 삭제하거나 파기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유로화 도안 사용과 관련해 ECB의 지폐 복제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는 한 사전 승인 없이 유로 지폐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폐의 가·세로 길이의 절반이 안 되거나 2배가 넘어야 하며, 지폐 도안 속 인물을 따로 분리해 지폐와 유사한 배경에 넣어 디자인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한편 화폐 도안 저작권자인 한국은행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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