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러다 집도 통째로?"…'싱크홀' 왜 발생하나 [올댓체크]
입력 2024-09-02 07:00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이 통째로 땅 밑으로 사라집니다. 옆 차로를 달리고 있던 차량은 당황한 듯 휘청입니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연희동의 한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했습니다. 싱크홀의 크기는 가로 6m, 세로 4m, 깊이 2.5m에 달했습니다. 80대 남성 운전자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으며, 조수석에 타고 있던 70대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지난 30일 오전 도로 침하가 발견돼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바로 다음 날인 30일에는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또다시 도로 침하 현상이 발견돼 교통이 통제됐습니다. 도로에 눈에 띄게 금이 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금이 간 결대로 도로가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싱크홀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침하가 나타나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불안감은 댓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누리꾼들은 "황당하다", "저런 건 조심할 수도 없고, 무섭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냐", "가끔 지나는 길인데 식겁했다", "남일 같지 않다", "서울 시내에서 운전하기 겁나네", "영화 싱크홀처럼 집이 통째로 빠지는 것도 가능할 듯"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 같다", "첫 사진은 CG같은데 표기 좀 해 놓자"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싱크홀이 왜 생겼는지가 중요한 거 아니냐", "원인 빨리 찾지 않으면 안된다", "도로안전진단은 없나?", "싱크홀 의심 지역 검사를 나라에서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라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이 재앙을 부른 것", "서울은 지하에 너무 공사를 많이 해서 위험하다", "지하철이며 건물이며 땅 파다가 조만간 다 무너진다"면서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지하철 또는 주변 공사를 지목하는 댓글도 다수 있었습니다.

정말 싱크홀 발생 원인이 지하철 때문일까요? 공사 현장도 영향을 주는 걸까요?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땅꺼짐 사고로 승용차가 빠져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지하철과 공사 현장 모두 싱크홀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철, 건물 공사 모두 싱크홀 발생 원인에 전부 다 연결돼 있다"며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는 건 '그냥' 발생하는 싱크홀은 없다. 거의 다 인재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도 "지하철, 하수도, 상수도 공사 모두 지하수를 흔들어 놓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조 명예교수는 "지하철이 운행되려면 땅을 파야 한다. 콘크리트로 터널을 만드는 건데, 땅을 팠으니까 터널 완성 후에는 팠던 곳을 다시 묻는다. 이를 '되메우기'라고 한다"며 "되메우기를 제대로 잘 해야 한다. 2m까지 흙을 놓고 다지고, 다시 2m 놓고 다지는 식으로 층층이 작업을 해야 한다. 공사 현장 보면 덤프트럭으로 한꺼번에 흙을 부어버리고 다지는데, 그러면 표면만 다져지고 속은 안 다져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교수도 "지하철 공사로 주변에 있는 흙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흙 속에 묻혀 있던 노후 관로들의 이음매가 벌어진다. 이때 물이 빠져나가면서 흙을 끌고 내려가니까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지하철 공사와 같은 원리로 주변 공사 현장도 싱크홀 원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입니다. 조 명예교수는 "공사장을 보면 땅을 파헤친다. 공사했던 곳은 땅이 느슨해져서 물이 흐르게 되는 것"이라고, 이 전 교수는 "주변에 공사가 있으면 그쪽으로 흙이나 물이 밀린다. 그러면 주변 땅에서 동공이 생길 수 있다. 오히려 지하철보다 더 영향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땅 속에서 물이 가장 흐르기 좋은 곳이 공사한 땅이라는 겁니다. 땅을 파헤친 후 다시 메울 때 자연 그대로의 원래 땅처럼 다져질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러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조 명예교수의 설명입니다.

지표투과레이더


그렇다면 싱크홀 발생을 미리 예측해서 이번과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순 없을까요?

두 사람은 모두 '지표투과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언급했습니다. 이 전 교수는 "차가 다니면서 GPR를 끌고 다니는 방식으로 도로 위를 탐사하는 것"이라며 "병원 갔을 때 X-ray를 찍는 것과 같다. 장비가 도로 위를 쭉 훑으면서 땅 밑 5~6m까지 동공 여부를 파악한다"고 설명합니다. 조 명예교수도 "땅 위에 쭉 끌고 가면 흙이 느슨한지, 단단한지 X-ray처럼 땅 속 사진이 찍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명예교수는 "1년 내내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땅 속에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보고, 변화가 있다면 그곳에 가서 다시 흙을 다져야 한다"면서 특히 공사를 위해 땅을 팠던 곳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이 전 교수는 "서울 전 지역이 다 위험한 게 아니다. 지질학적으로 위험한 곳에서 토목 공사를 했고, 이 공사가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면 어느 정도 싱크홀 가능성이 있는 위치가 지정이 된다. 그런 지역에서만 토목 공사를 할 때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연희동에 싱크홀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사고 발생 후 서울시는 "지난 5월 시행된 정기 점검 때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도로 밑에 구멍이 있는지 검사를 실시했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겁니다.

다만 사고 지점 기준으로 좌우 500m씩 총 1㎞ 구간, 8개 차로에 GPR 탐사를 실시했더니 지하 빈 공간이 의심되는 1곳을 발견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는 인근 지역을 긴급 전수 점검하기로 결정했으며 대형 건설공사장, 지하차도 등 굴착공사 주변 침하 가능성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면밀한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사고 현장 800m 옆에서 빗물펌프장 관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공사가 싱크홀 생성에 영향을 줬을 것을 보고 토사 반출량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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