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국은행이 교육부인가, 왜 대입 문제 얘기를?" [올댓체크]
입력 2024-08-29 07:00 
서울대학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서울대 진학에 '어느 지역에 사는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은 한국은행.

한은은 2018년 서울대 입시 결과를 분석하며, 서울과 비서울의 서울대 진학률 차이 가운데 8%는 잠재력, 92%는 거주지 효과 탓이라고 판단한 건데요.

보고서를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도 강남·서초구는 소득 수준이 비슷한 지역보다도 진학률이 훨씬 높다"며 "부모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학원 인프라 등 사교육 환경의 차이가 서울-비서울 간 진학률 격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이 집값 상승, 수도권 집중 문제까지 야기된다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한은은 그 대안으로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습니다.

대학 입학정원에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고 상하한선을 둬 선발하자는 겁니다.

사교육 환경이 좋고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주 수요가 높기 때문에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으로 ‘수도권 인구 밀집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을 완화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어제(27일) 다소 파격적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방안”이라며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SKY)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시면 된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사진=네이버 뉴스 댓글창 캡처

이 같은 제안에 누리꾼들은 부의 대물림은 제쳐두고 부의 극단적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법은 필요하다” 변하긴 해야 한다 자식이 부모 등골 브레이커라는 소리가 나오는 세상이다”라며 반겼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역차별이다. 돈 있다고 다 공부 잘하나” 한국은행이 교육부인가” 강남 금수저라 혜택을 본 게 아니라 강남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타 지역 학생들보다 두세 배 공부와 노력을 해서가 아닐까?” 서울 집값 잡으려고 대입에 지역할당? 그러면 집값 떨어지나? 지방 내에서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차이는 또 어떻게 하나? 참 한심한 주장” 등의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 사진=매일경제 DB


교육 제도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린 이 주장,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지역 인재를 살리기 위해 역차별적으로 선발을 하는 데 대해 우리 사회가 수긍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도 "강남3구에 사는 계층이 서울대 하나를 지역비례 선발한다고 해서 이합집산 될 것인가 따져본다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교육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 정책 하나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건 거친 접근"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서울대 입학에 부모 경제력이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보다 더 결정적이라는 분석은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입니다.

돈 자료화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사교육 의존도에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됐을 법한데 공론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각 주 소속 거주지역 학생에게 우선권을 준다. 지방분권 체제가 확립됐고 역사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체제가 아닌 경우에는 말이 된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이 연방 체제를 벤치마킹해서 주장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설익은 제도인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구 소장은 아이의 경제적, 지역적 기반이 취약한 경우 다른 지역의 아이들보다 높은 학업 성취를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보정하는 영국의 사례를 들며,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는 시도나 논의 조차 없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또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가치와 정면 배치되기 때문에 타당한 처방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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