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추석 응급실 대란 불가피"...정부, 인건비 지원 추진
입력 2024-08-27 13:52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빅5' 병원 등 서울 시내 주요 응급실 대부분이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지속되는 인력난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정규 시간 외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알렸고,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 외상 환자 등을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인력 부족으로 정형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이 불가하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은 혈액내과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응급실 진료 제한은 일상이 됐고, 사태가 예기치 못하게 장기화하면서 이제는 상황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19 유행과 온열질환자 급증으로 평소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늘어났지만, 그간 응급실을 지켜온 전문의들이 과로에 시달리다가 결국 하나둘 병원을 떠나면서 고군분투 하기도 버겁다는 상황입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의정 갈등 속에서 이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고 최근에는 남은 이들 중 4명도 사직서를 냈습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의 상황도 심상치 않습니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은 응급실 당직 근무를 전문의 한명이 맡아야 할 정도로 인력난이 극심합니다.

서울 시내 한 병원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는 동네 병의원이 모두 쉬다 보니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적은 인력으로 돌아가는데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가뜩이나 고질적 저수가와 형사소송 부담 등으로 인해 응급실 인력은 늘 부족한 상태였는데 현 사태를 계기로 붕괴가 앞당겨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서울의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은 사람을 뽑으려 해도 못 뽑는다"며 "인력 부족은 전부터 쌓여왔던 건데 이번에 완전히 무너지게 생겼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의료계는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수가 인상과 형사소송 면책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김수진 고려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수가를 지금보다 5∼10배는 올려서 사람을 더 뽑아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치료에서 형사소송은 100% 면책이 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지금은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가 사라졌다. 정부가 사과하고 의대 증원을 백지화해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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