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메리카 샷 추가] '너덜너덜한 신발'이 최신 유행 아이템?
입력 2024-08-24 01:48  | 수정 2024-11-22 02:05
주택 임대료 등 급등...대졸자 월급은 '그대로'
생활비 감당하기 어려워진 20대들 '짠테크 인증' 유행
아래 사진은 틱톡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뒤축이 닳은 신발 사진을 올렸습니다. 2년 동안 이 신발만 신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화장품 용기를 잘라서 용기 벽에 달라붙은 화장품까지 알뜰하게 긁어서 사용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





틱톡에서 'undercunsumption'으로 검색하면 이와 비슷한 영상들이 부지기수로 뜹니다. 요즘 틱톡에서 가장 뜨거운 해시태그가 바로 'undercunsumption'입니다. 'undercunsumption', 우리 말로 옮기면 '저소비', '과소 소비' 정도가 될텐데요. 젊은 세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앞다퉈 저소비를 인증하는 모습이 미국에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으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고 거래 사이트로 몰려드는 Z세대


미국 청년들의 '짠테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의 중고 물품 거래 기능인 '마켓 플레이스'에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 동안 페이스북을 떠나 틱톡, 스냅챗 등으로 이동했던 젊은이들이 마켓 플레이스 때문에 다시 페이스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가 어떤 기능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미국 조지아주 애선스를 중심으로 반경 5마일 이내 인기 품목을 검색한 결과입니다. 꽤 비싼 물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20달러 짜리 물건도 보입니다. 이 물건을 클릭하면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볼 수 있고, 당연히 그 사람의 페이스북 활동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의 Z세대 비밀 무기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이용자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메타 측에서 일일이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메타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청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특히 마켓 플레이스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중고 물품을 올리기 때문에 구매자는 판매자가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익명성은 보장되지 않지만, 구매자 입장에선 그만큼 중고 물품이나 판매자를 믿고 거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와는 다른 마켓 플레이스의 장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창고형 할인매장에도 20대 이용자가 늘었습니다. '샘스클럽'은 월마트가 운영하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데,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고객층이 바로 Z세대입니다. 샘스클럽 측은 지난달 27세 이하 쇼핑객들의 회원 수가 2년 동안 60%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창고형 할인매장이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주부들로 붐볐다면, 이제는 비싼 식료품비에 허덕이는 Z세대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젊은이에게 '빚 권하는 미국 사회'


이런 '저소비 인증', '짠테크'의 배경엔 결국 미국의 경제난이 있습니다. 전반적인 지표들을 살펴보면 미국 젊은이들의 씀씀이는 과거보다 커진 것 같은데, 수입은 지출 규모를 따라잡기가 버거운 형국입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젊은 미국인들이 많은 빚을 진 상태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경향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23년 4분기에 22살에서 24살 사이 청년들의 평균 신용카드 사용잔액이 2,834달러였습니다. 10년 전 같은 기간엔 신용카드 사용잔액이 2,248달러 였습니다.


신용카드로 쓰는 돈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인데, 미국 청년들의 씀씀이가 다소 헤퍼졌을 수 있습니다. 20대들은 코로나19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추억을 쌓지 못했습니다. (최근 다시 코로나19가 유행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억눌렸던 심리가 소비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보복 소비'입니다. 여기에 은행이 신용카드 발급 자격을 완화하면서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도 쉬워졌습니니다.

다만, 사회 구조적인 상황을 외면한채 미국 청년들의 소비 성향을 탓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요, 미국 젊은이들이 살아가려면 빚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주택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1월 기준 미국의 월 평균 임대료가 1,987달러입니다. 지난 4년 동안 2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게다가 식료품 가격 상승은 미국에서도 큰 문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식료품 폭리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습니다.

반면 대졸자 평균 연봉은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뉴욕연방준비제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졸자 평균 연봉은 6만 달러입니다. 2020년 5만8858달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러다보니 젊은 세대가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는데도 애를 먹고 있는 듯 합니다. 이달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90일 이상 신용카드 장기 연체율이 가장 높은 세대가 18~29세 사이 청년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힘들어진 Z세대


그렇다면 지금 Z세대는 과거 세대가 청년 시절 겪었던 것보다 더 힘든 경제난을 겪고 있는 걸까요?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필수품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28세에서 43세, Z세대는 12세에서 27세로 규정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택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다른 필수 지출 항목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16세에서 24세 사이 사람들이 자동차 보험에 지출한 금액은 2012년에서 10년이 흐르는 동안 2배로 뛰었습니다.

Z세대가 겪는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Z세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Z세대의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녀들의 생활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다보니 부모들이 겪는 경제난도 앞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청년 빈곤' 문제는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로 고질화하고 있습니다.

[ 이권열 기자 / lee.kwonyul@mbn.co.kr]

[아메리카 샷 추가] 에서는 현재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연수 중인 이권열 기자가 생생하고 유용한 미국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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