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생중국] ‘중국의 어머니강’ 황허를 보며 3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무리하다
입력 2024-08-24 09:00 
후커우 폭포를 바라보는 중국인들. 폭포에 다가가면 엄청난 물보라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 사진 = MBN
중국 산시(山西)성 린펀(临汾)시에서 차로 약 2시간을 달리면 후커우 폭포(壶口瀑布)를 만날 수 있다. 엄청난 진흙탕물이 요동치는 이곳은 중국 문명의 젖줄이자 중국인들이 어머니 강으로 부르는 황허(黃河)가 굽이치는 곳이다.

후커우 폭포에서 만난 한 50대 중국 여성은 여전히 40대 이상 중국인들은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황허는 중국의 어머니라는 말과 노래를 기억한다”고 말한다.



3년간의 베이징 특파원 생활의 마지막 여행지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아끼는 곳 중 하나인 후커우폭포가 된 것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한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귀국이 석 달여 남았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베이징일보(北京日報)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담은 기사인데, 마침 내가 30여 년 전 부모님을 따라 베이징에서 지냈던 경험을 갖고 다시 성인이 돼서 베이징에 돌아온 느낌을 담고 싶다는 것이었다.

베이징일보에 실린 본 기자의 인터뷰 기사. 평소 인파로 붐비던 티엔탄(天壇)이 코로나19로 텅 빈 모습이 낯설다. / 사진 = MBN


1996년에 1년여를 머물다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오기까지 정확히는 25년이 걸렸다. 그렇게 다시 찾은 베이징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25년 전엔 허허벌판이었을 베이징 변두리까지도 이제는 고층 빌딩들이 곳곳에 솟아나 있었으니까 말이다.

성인이 돼서 지낸 베이징에서의 3년을 반추해보면, 물질문명의 수준은 서울과 비슷하다.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베이징에서도 전부 할 수 있다. 몇몇 생활 편의 시설의 아이디어는 오히려 한국에서도 이렇게 했으면 할 만한 것들도 많다.

다만, 이를 활용하는 중국인들의 인식 수준은 아직은 선진국 수준에서 보면 좀 황당하다고나 할까, 어이없다고나 할까. 잘 만들어놓고도 좀 거칠게 다루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평가절하당하는 중국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다.

충칭(重慶)시의 대표적 관광지인 홍야동(洪崖洞)의 야경. 매일 밤이면 이곳을 찾는 인파로 주변 교통이 마비된다 / 사진 = MBN


유의할 점은 있다. 인식의 수준이 다소 낮은 점을 고려해도 중국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얕잡아 볼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객기와 항공모함, 우주왕복선, 초대형 유람선 등 국력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내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기자에게 친중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친중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반응이다.

하지만, 기자의 이런 언급은 친중이냐 아니냐의 영역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중국은 움직일 수 없는 우리의 이웃 나라이고, 또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국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 나라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야 하느냐의 영역에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관우(關羽)의 고향인 산시성 윈청(运城)시의 초대형 관우상. 높이가 무려 80m에 달한다. / 사진 = MBN


중국엔 또 우리와 관련된 유적들도 많다. 대표적인 게 중국 곳곳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이다. 가장 유명한 상하이 임시정부부터 마지막 임시정부였던 충칭의 임시정부까지.

기자 역시 그 모든 임시정부 유적을 모두 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최대한 직접 방문해서 독립열사들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노력했다.

충칭(重慶)시의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 임시정부는 이곳을 마지막으로 1945년 광복을 맞게 된다 / 사진 = MBN


두서없는 글 마냥 기자의 중국 생활도 정신없이 지나갔다. 첨단인 듯 구식인 듯, 자유로운 듯 철저히 통제된 듯, 무질서한 듯 체계가 있는 듯, 꽉 막힌 듯 융통성이 넘치는 듯 3년 동안 매 순간순간 헷갈리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변하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싶다.

이런 나라가 우리나라와 이웃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도 항상 큰 숙제를 안고 지내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그렇게 1996년의 중국과 2024년의 중국을 모두 직접 두 눈으로 본 기자가 중국에 대해 드는 생각은 이 한마디로 요약을 할 수 있겠다.

중국, 참 쉽지 않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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