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끈.끈.이⑥]'80대 남성' 가장 취약…삶의 끈 놓고 싶은 노인들, 해법은 '연대'
입력 2024-08-20 19:01  | 수정 2024-08-20 19:54
【 앵커멘트 】
끈질기게 희망을 품고 삶의 끈을 이어가자. MBN 자살 예방 연중기획, 이번엔 어르신 편입니다.
노인 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이 수십년째 OECD 1위인 현실, 이제는 그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박유영 기자입니다.


【 기자 】
한국 고령화의 양상은 초저출산만큼이나 전례를 찾기 어렵단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 인터뷰 : 호사카 유지 / 세종대 교수
- "(인구구조가) 일본의 3배 정도 속도로 한국이 바뀌었다. (고령화가) 엄청난 속도로 한국은 진행되고 있고, 한국만큼 빨리 세대 차이가 만들어진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

개인도, 국가도 준비하지 못한 사이 그저 바쁘게 살다 보니 노후를 맞게 된 노인들.

▶ 인터뷰 : 이상진 / 80대
- "(힘든 순간은) 입으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 우리 자식들 있으니까 열심히 노력했지. 요새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 세월이라는 게 참 유수와 같구나…."

▶ 인터뷰 : 오병훈 / 80대
- "젊을 때는 경매, 뭐 여러 가지 많이 했죠. 내가 발로 뛰어서 현장 답사하고. 이제 나이 먹으니까 (할 일이 없죠.)"

초개인화된 사회 분위기와 턱없이 부족한 노인복지 인프라, 경제적 궁핍은 정신적 우울감을 부르곤 합니다.

인구 10만 명당 목숨을 끊은 숫자인 '연령별 자살률'은 60대 전까지 20명 안팎이지만, 70대는 40명 가까이 되고 80대를 넘어서면 무려 60명이 넘는데, 이런 '황혼 자살'은 여성보다 남성이 3배 많은 점도 눈에 띕니다.


충북 옥천군에선 '생명지킴이' 활동가들이 우울감을 겪는 어르신 댁을 매주 방문합니다.

(현장음)
- "요즘 어머니 기분이 어떠셨어요?"
= "기분이 안 좋아요 항상. 저런 데서 뚝 떨어져 죽고 싶어."

주민 3분의 1 이상이 고령인 옥천군은 노인 자살을 줄이려고 5년 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고위험군을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유재석 / 83세
- "다른 사람한테는 안 해도 선생님 오시면 그런 얘길 하니까 편해요. 마음을 풀어놓으니까 선생님한테는."

▶ 인터뷰 : 조성숙 / 옥천군 생명지킴이 (65세)
- "이분들이 얼굴에 표가 나요.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밝아지잖아요. 그럼 저도 좋아요."

나이가 들면 고립감을 크게 느끼는 만큼 노인일수록 연대감과 심리적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데,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단체와 협업해 '누구나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단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초고령화가 공통 현상인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도 여기에 중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레베카 지틀린 / 미국 디디 허시 자살예방센터 전화상담 책임자
- "(미 정부 위탁을 받아)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988 번호로 통합했습니다.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90세, 혹은 100세 이상이어도 988을 통해 도움을…."

'사회적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도록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입니다.

MBN뉴스 박유영입니다. [shine@mbn.co.kr]

영상취재: 김현우 기자, 정상우 VJ
영상편집: 박찬규
그래픽: 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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