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YOLO)족에 이어, 요노(YONO, You Only Need One)족이라는 새로운 인류가 등장했다. 최소한의 물건과 자원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요노족은 과거 ‘미니멀리즘 트렌드와 일맥상통하지만,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졌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욜로들의 세상에 ‘요노YONO족의 등장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라이프스타일은 몇 년 전 젊은층 사이에서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던 트렌드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외치는 욜로족은 자신의 삶에 있어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 즐길 수 있는 행복과 경험을 중시하며 여행, 외식, 취미 등에 있어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초반 욜로족과 함께 대두된 것이 바로 ‘포미(For me)족이라는 용어였다. 이제 소비자들은 경험의 가치를 중시한 소비를 통해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해야 행복한 것인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하지만 욜로 열풍이 점차 ‘쾌락지향적 소비만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커져갔고, 전 세계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몇 년 새 소비에 대한 관점 역시 재편되기 시작했다. ‘저소비신조가 등장한 것이다.
2022년부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지출을 아끼고 관리하자는 가치관이 늘기 시작했다.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티끌족 등 자린고비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소비 절약 행태가 퍼지기도 했다. 이는 장기간 궁핍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이 아닌, 특정 기간 ‘도전(챌린지) 형태로 인기를 끌었다. 같은 목표를 지닌 사람들끼리 오픈 채팅방에 모여 서로를 독려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공유하는 등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리고 최근 ‘요노(YONO, You Only Need One)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욜로족과 비슷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요노족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들은 현재의 소비와 소유를 최소화한 필수품을 선호하며, 나아가 경제적·환경적으로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도 초점을 맞춘다.요노족, 저소비 코어···나를 드러내는 저소비
현대인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입고, 먹고, 쓰는지가 개성이 되는 시대. 그런데 ‘쓰지 않는 것, 최소한의 소비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Z세대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MZ세대로 대두되는 배우 윤가이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개한 바 있다. 방송에서 윤가이는 하루에 1만 원만 사용하는 ‘1만 원 챌린지에 도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점심 식사는 4,000원대 식당에서 먹으며, 좋아하는 옷은 아이쇼핑으로 대체하려 하고, 편의점 라면을 구매하는 대신 친구와 만나 한강 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는 모습으로 잔잔한 공감을 형성했다.
저소비 코어란 것은 크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옷장에 계절별 필요한 옷 몇 가지만 단출하게 두거나, 치약 튜브를 끝까지 쓰는 것, 모서리가 닳은 부모님의 핸드백을 물려받는 것 등도 해당한다. ‘우리의 일상적 행동이 알고 보니 트렌디한 소비 생활이었다고?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 안에는 과도한 소비 추세를 거부하고 크고 작은 데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생활 방식이 ‘힙하다고 느끼며, 이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거나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타인의 소비가 곧 나의 소비가 되었던 시대. 이제는 내가 필요한 필수품이 무엇인지, 최대한 효용을 추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 그들 사이에서 제법 ‘신선한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오스트리아 기자 출신이자, 그린피스 소비자 대변인 출신인 누누 칼러(Nunu Kaller)는, 한때 쇼핑 중독자였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이자 환경운동가로서 활동하며, 우리가 어떻게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 설계자가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기도 했다. 그의 저서인 『물욕의 세계』(현암사 펴냄)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는 가속화되는 트렌드의 고리 안에 살고 있다. 지금 유행하는 것을 내일 어디서든 보고, 또 새로운 것을 만나기를 원한다. 게다가 이런 경향은 우리 몸의 생화학적 작용과도 관련이 있다.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우리 눈에 빈번히 노출될수록 제품에 싫증을 느끼는 속도 역시 빨라진다. 그것이 더는 쾌감을 주지 않으며, 도파민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나는 무조건 살 것이라는 충동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뇌는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자극을 찾게 된다.”(-『물욕의 세계』 中 p.39 발췌)
단사리, 미니멀리스트 그리고 ‘요노족
2010년대 일본에서 분 단사리(단샤리) 열풍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단사리는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는離 것을 뜻하는 요가 수행법에서 유래한 단어로, 일본의 평범한 주부에서 정리 컨설턴트로 거듭난 야마시타 히테코가 쓴 자신의 저서 『버림의 행복론』(원제 ‘새로운 정리술 단샤리, 2009)을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일본은 동일본대지진 이후 미니멀리즘 가치관(단순하게 사는 삶)을 중시했는데, 야마시타 히데코는 단사리를 통해 물건이나 생각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나에게 필요한 물건들로 주변을 채우다 보면 진정한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며 화제가 되었다. 단사리와 더불어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출간한 『인생이 두근거리는 정리의 마법』(2010)을 통해 ‘곤마리 열풍이 불기도 했다. 곤도 마리에는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정리함으로써 물건과 나의 관계를 되짚어보고, 소유욕이나 집착을 벗어나게 되는 방법을 설명했다.
2010년대 단사리나 곤마리 등을 위시한 ‘미니멀리즘은, 작금의 ‘요노족과 비슷한 흐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일본에서 동일본대지진(자연 재해)과 장기적인 경제 불황(불경기)으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간결함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 둘째. 단사리의 경우 시간적으로는 ‘지금 현재, 공간적으로는 ‘바로 여기 그리고 주체는 ‘물건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 이는 지금 자신을 중심으로 소비하는 Z세대 요노족의 가치와도 비슷하다.
‘경제적, ‘환경적 축소도 생각해볼 시점
앞서 언급했듯 미니멀리즘과 요노족은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니멀리즘이 정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것이라면, 요노족은 한발 더 나아가 필요한 소비만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하고, 나아가 환경 지속 가능성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요노족은 불필요한 물건 구매 대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을 중점에 둔다. 필수품을 구매할 때도 대량 생산되는 소모성 물건보다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주로 선택하고, 중고 거래를 통해 물건을 공유하거나 재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을 높인다. 장거리 운송 대신 로컬 제품 구매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의의를 두기도 한다.
현대인들에게 소비 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어느 소비를 선택할 것인지는 온전한 소비자의 몫이자 권리이다. 과거 불필요한 소비를 줄임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이 등장했다. 현재는 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소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앞으로의 소비 트렌드 역시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그 속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중시하고, 환경 및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형태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참고자료 도서 『물욕의 세계』(누누 칼러 저 / 마정현 역 / 현암사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3호(24.8.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