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하철 기다리다 땀 범벅"…'노에어컨' 서울 지하철역 50곳
입력 2024-08-18 13:58  | 수정 2024-08-18 14:04
폭염 속 지하철역/사진=연합뉴스
고객 대기실·냉풍기는 역부족
역사 오래돼 설치하려면 전면 리모델링해야…"예산 확보 어려워"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전역에 발효된 폭염 경보가 20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지하철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괴롭게 느껴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1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 중 50곳(18.18%)에는 냉방시설이 없습니다. 50곳 중 24곳은 2호선 성수역처럼 야외에 있는 '지상 역사'로 냉방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곳입니다.

나머지 26곳은 지하 역사로 2호선 아현·충정로역 등 4곳, 3호선 경복궁·남부터미널역 등 18곳, 4호선 서울·신용산역 등 4곳입니다.

이들 역사 대부분이 만들어진 지 오래돼 설계 당시 고려되지 않았던 냉방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냉방시설 공사를 하려면 역당 630억 이상이 소요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사는 승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상 역사에는 고객 대기실, 지하 역사에는 이동식 냉풍기를 놓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승강장의 열기를 식히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놓인 냉풍기/사진=연합뉴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3도까지 오른 그제(16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설치된 냉풍기 앞에 서 있던 직장인 임진솔(34)씨는 "(냉풍기) 바로 앞만 시원해서 열차를 기다릴 때 최대한 냉풍기 앞에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기가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5시 경복궁역 승강장에 놓인 냉풍기 4대는 모두 전원코드가 빠져 있거나 전원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경복궁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박소연(59) 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더워서 힘이 든다. 냉풍기를 보긴 했는데 고장이 났는지 켜져 있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부채질을 이어 나갔습니다.

역 관계자는 "한 달 전쯤 서울시에서 4대를 가져다 놓았는데 역 구조상 3대는 전원 코드 자체를 연결할 수 없고 1대는 누전차단기가 없어 작동을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승객들은 예산 등 현실적인 이유로 냉방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면 냉풍기 수를 늘리거나 있는 기기라도 제대로 작동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이 일터인 이들은 더 큰 고충을 토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국역에서 일하는 50대 A 씨는 "에어컨이 없어서 땀이 많이 난다"며 "땀을 흡수해 주는 게 있다고 해 올 여름 처음으로 사봤다"며 이마에 착용한 헤어밴드를 가리켰습니다.

한 역무원은 "냉풍기가 승강기 양 끝 쪽에 딱 2대 있는데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다"며 "너무 덥고 힘들지만 3년마다 근무지가 바뀌어서 다른 역에 갈 날만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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