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6주 태아 낙태 사건'이 던진 메시지 -취[재]중진담
입력 2024-08-16 18:02  | 수정 2024-08-19 11:21
출처: MBN
지난 6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영상을 두고, 진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상은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낙태 수술 경험담이 담겨 있었습니다.



해당 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일단 이 영상이 조작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일명 '36주 태아 낙태 영상'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해당 영상 속에는… ◆

문제의 영상은 2분 30초 정도 분량입니다.

한 여성이 자신의 일상을 담는 형식으로 만들어 공개한 것이었죠.


그런데,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육안으로도 확연히 불러버린 배 위로는, '다낭성 산소 증후군이라고 오진을 받아, 9개월 동안 임신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내용의 자막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어, 다른 병원들로부터 낙태 수술을 거부 당한 장면에서는 활발하게 뛰고 있는 아기의 심장 소리도 생생히 들렸습니다.

출처: MBN

"이 정도면 낳아야 한다", "못 지운다. 봐라, 심장도 이리 잘 뛰잖아"라는 병원 관계자의 목소리도 녹음 되어 있었습니다.

영상 속 여성은 결국 다른 지역의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보였고, 홀쭉해진 배의 모습과 함께 수술 후 회복하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 수사 진행 상황 ◆

영상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2일 경찰에 해당 영상과 관련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이후 경찰은 유튜브 측에 수사 협조를 구하는 한편, 여성과 병원 특정에 나섰고 결국 한 달여 만에 영상을 올린 20대 여성과 낙태 수술을 집도한 70대 의사를 입건했습니다.

혐의는 '살인' 이었습니다.

출처: MBN

경찰은 중간 브리핑에서 "해당 영상에 조작된 부분은 없었고, 태아는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수술 기록에 '사산'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며, 태아가 수술을 받을 당시 살아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술을 한 70대 의사는 "사산된 아이를 꺼냈다"며, 이미 태아가 모체에서 사망한 상태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수술이 이뤄졌던 병원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향후 병원 관계자 조사와 전문가 감정 등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 낙태죄 폐지 후, 현실은 ◆

이번 사건으로 자기낙태죄, 일명 '낙태죄'에 다시금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낙태죄에 대해서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온 바 있는데요.

당시 헌재는 입법자인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 22주 범위 내에서 법률이 정하는 대로 낙태를 허용하도록 개정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기한이 다 되도록 정치적 합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수정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2021년부터 낙태죄는 효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즉 여성의 건강권 등을 보호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채, 낙태 수술만 합법화된 셈입니다.

그렇게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최근 MBN 취재진이 직접 병원들을 확인해봤더니 병원 마다 중구난방으로 낙태 수술에 대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병원은 임신 8주 미만이면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고, 또 다른 곳은 20주 이내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의 영상의 사례처럼, 임신 36주까지도 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있었던 거죠.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는 식약처 허가 등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낙태약'들이 해외 직구의 형태로 버젓이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출처: MBN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은 '공인되지 않은 낙태약 복용 시, 불완전 유산이 되는 경우가 발생해 급속 출혈 등으로 임신 여성이 위험에 처할 수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외면, 능사 아니다" ◆

이번 '36주 태아 낙태 사건'은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중요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의견이 활발하게 교환 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논란이 된 영상과 같은 상황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라는 내용들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우리가 현재 마주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는 '위험한 형태'의 낙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관련 법 개정 등 입법 개선을 위한 작업들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상 임산부 동의 없이 제 3자가 낙태 수술을 하는 경우만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는 낙태죄 관련 처벌조항이 없는 상태로 놔둔 국회의 책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낙태 가능 시기에 대한 통일된 기준 마련과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논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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