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묘비에 새겨진 독립투사…이역만리 하와이에 잠든 이민 1세대
입력 2024-08-15 19:00  | 수정 2024-08-16 07:36
【 앵커멘트 】
1900년대 초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하와이까지 이민을 갔던 한국인들을 기억하십니까?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독립자금을 대고, 학교를 세우기도 했는데요.
대부분 세상을 떠나 잊힐 뻔했던 이들의 묘비를 한 대학교수가 하와이 현지에서 찾았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미국 하와이 오하후섬의 한 묘지.

묘비 양식은 서양식이지만, 가까이 보니 한국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 "이분은 (이름이) '김치명'이었는데요. '대한국 경상북도 상주' 출신입니다."

뒷면에는 대한제국군의 부사관 계급인 참교를 지냈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 1903년부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난 한인 1세대들의 묘입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이처럼 묘비에는 한글로 김상연이라 적혀 있고, 한국 인천에서 왔다고 표기돼 있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도 한국을 잊지 않았던 겁니다."

당시 한인들은 대한인국민회와 한인동지회 등에 가입해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습니다.

월급을 쪼개 독립군 자금을 대는가 하면, 안중근 의사가 재판에 넘겨지자 비용을 보탰습니다.

제물포에서 출발한 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세운 학교가 인천과 하와이의 앞글자를 딴 인하대학교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활동은 당시 언론과 기록에 남아 있지만,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사람은 70여 명에 불과합니다.

▶ 인터뷰 : 김재기 /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저도 깜짝 놀랐어요. 대통령도 미국 가고, 하와이 이번에도 방문했잖아요. (한미 관계가) 그렇게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전수 조사가) 안 되어 있는 거 보니까 결국은 우리 보훈부 문제거든요."

태평양 건너 멀리 하와이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이민 1세대.

독립을 염원하던 외침이 이제 쓸쓸한 묘비로 남아 조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송지영
영상제공 : 김재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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