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배터리 정보' 공개·지상 충전소 확대 논의한다
입력 2024-08-11 17:34  | 수정 2024-08-11 17:50
'전기차는 주차타워 못 들어옵니다'/사진=연합뉴스
'전기차 포비아' 확산 속 정부 내일(12일) 긴급회의 개최
'과충전' 막을 방안 중점 검토……충전율 제한·장치 보급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기차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phobia·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내일(12일) 정부가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화재 가능성이 큰 '과충전'을 예방하기 위해 충전율과 충전 시간을 제한하거나, 사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상 충전시설 설치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민적 요구가 커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는 안도 관계 부처·업계와 의견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오늘(11일) 정부에 따르면 내일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이로 인한 화재 또한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회의는 환경부 차관이 주관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합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 합동의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는 ▲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보조금 추가 지원 ▲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 확충 ▲ 화재 예방 기능이 강화된 충전기 확충 등의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 주차장에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하 주차장 3층까지만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충전설비의 방진·방수 보호 성능도 강화하고, 비상 전원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화재 이후에는 전지 화재, 산업단지 지하 매설물, 원전·댐·통신망, 전기차 충전소 안전관리를 '대규모 재난 위험 요소 4대 분야'로 선정해 문제를 찾고 개선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무색하게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EQE 차량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옮겨붙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화재 전기차 합동 감식 준비 지켜보는 벤츠 관계자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기차 안전을 강화할 다양한 방안을 두루 살펴볼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한 만큼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 규정상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용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충전이 다 된 후에도 계속 충전되는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만큼, 이를 방지할 수 있게 장치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입니다.

현재 전기차 충전기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완속충전기는 급속충전기와 달리 충전기 자체에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돼 있지 않습니다.

정부는 신규 설치는 물론, 기존의 완속충전기를 PLC 모뎀 장착 제품으로 바꿀 수 있게 지원하는 식으로 보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규 장치를 보급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충전율이나 충전시간을 제한하는 식으로 단기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완충된 차는 그렇지 않은 차보다 화재 발생 시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앞서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 불이 났던 벤츠 EQE에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현재 차량의 크기와 무게, 최대 출력, 전비, 배터리 용량 등만 안내하고 우리 정부도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입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수입차 업체 간 이견이 있는 만큼, 모레(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입장도 듣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배터리 정보 공개 여부에 따라 구매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모든 방안을 논의 선상에 놓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은 다음 달 초 나올 예정입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