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이 안은 김정은, 수해 현장서 '애민' 강조
입력 2024-08-10 09:32  | 수정 2024-08-10 09:33
사진=연합뉴스
국제 사회 지원 거부...남측 언론 보도 비난
"어린이·노인 수재민 1만 5천여 명 평양서 보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등에서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학생 등 취약 이재민을 평양으로 데려가 돌보며 보육과 교육에 빈틈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수해지원 의사를 거부하고 자력으로 복구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재해 복구를 위한 중대 조치들을 발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어린이들과 학생들에 대한 보육과 교양, 교육 문제는 하늘이 무너져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제1의 국사"라며 망가진 주택을 새로 짓고 인프라를 보수하는 데 적어도 2~3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학령 전 어린이 2천198명, 학생 4천384명, 연로한 노인 4천524명, 병약자와 영예 군인 265명, 어린아이 어머니 4천96명 등 평양에 데려오려는 수재민은 총 1만5천400여명에 달한다는 구체적인 통계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양에 있는 4·25여관과 열병훈련기지에서 지낼 예정으로 당 중앙위원회가 직접 관련 사업을 지휘하며 "평양에 올라오는 수재민들의 건강과 생활을 친부모, 친자식 못지않게 최대의 정성을 기울여 돌보아 줄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김 위원장은 수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외부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그는 "지금 여러 나라들과 국제기구들에서 우리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을 전해오고 있다"며 사의를 표한 뒤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자기 앞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앞서 유니세프, 러시아, 중국은 물론 한국 정부가 지난 1일 대한적십자를 통해 구호물자를 지원하겠다는 제안은 성사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남측 언론이 수해 피해 보도를 날조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이번 재해 복구 사업을 "심각한 대적 투쟁"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방문한 것은 7월 28∼30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로, 전용 열차를 타고 갔는데 지원 물자를 함께 실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열차 앞에 쌀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포대 수천개 줄지어 있었고, 어린아이를 위한 옷이 담긴 쇼핑백과 과자 등이 담긴 상자도 그 옆에 쌓여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재민 임시 거처를 찾아가 아이들에게 옷과 과자를 나눠주면서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으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했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상의 단추를 풀어 헤친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땀이 맺혀있었고, 천막과 천막 사이에서 이재민들과 대화할 때는 맨바닥에 앉는 소탈한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수해 현장 방문에는 조용원, 박정천, 김재룡, 주창일, 한광상 등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고 리히용 평안북도당위원회 책임비서 등이 현지에서 영접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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