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서 20대 한인여성 경찰 총격에 사망…유족 "과잉 대응"
입력 2024-08-09 07:13  | 수정 2024-08-09 07:15
경찰 총격에 사망한 한인 여성 이 씨가 거주한 미국 뉴저지주 아파트. / 사진 = 연합뉴스
조울증 증세로 구급차 요청했는데 경찰만 출동…현관 부수고 진입
두려움에 19ℓ 대형 생수통 들고 있는 여성에 총격 가해
유족·한인회 "경찰 보디캠 영상 공개하고 진상 규명하라"
미국 뉴저지주에서 조울증을 앓던 20대 한인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5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조울증을 앓던 한인이 출동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면서 현지 한인사회에 공분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지시각 8일 미국 뉴저지한인회와 피해자 측 변호사, 뉴저지주 검찰 발표 등을 종합하면, 뉴저지주 포트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 씨(26)가 지난달 28일 새벽 1시 25분쯤 자택으로 출동한 현지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사건 당일 이 씨 가족은 조울증 증세가 심해진 이 씨를 평소 진료받던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911에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이 씨 가족은 구급차만 요청했지만, 911 대응요원은 관련 규정상 경찰이 동행해야 한다고 가족에게 알렸습니다.


이 씨는 경찰이 출동한다는 말에 병원 이송을 거부하며 택배 상자를 열 때 사용하는 소형 접이식 주머니칼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이 씨 가족은 경찰이 상황을 오해하지 않고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실을 추가로 911에 알렸습니다.

그런데 현장에는 구급대원 없이 경찰만 출동했습니다.

상황 악화를 우려한 이 씨 가족은 출동한 경찰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이 씨가 진정되길 기다렸다고 합니다.

경찰 총격에 사망한 한인 여성 이 씨 자택 현관. 이 씨가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생수통.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경찰은 현관을 부수고 이 씨 집에 진입했고, 당시 19ℓ짜리 대형 생수통을 들고 현관 근처에 서 있던 이 씨를 향해 총격을 1회 가했습니다.

총알은 이 씨 흉부를 관통했고, 이 씨는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새벽 1시 58분쯤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유족은 문을 부수는 소리에 두려움을 느낀 이 씨가 물통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경찰이 진입 후 이 씨를 보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출동 경찰을 위협하는 등의 행위가 없었는데도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채 과잉 대응을 했다는 겁니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발생 1주일 후 총격을 가한 경찰관 이름이 토니 피켄슨 주니어라고 공개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경찰이 적법하게 대응했는지에 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과잉 대응 가능성이 불거지자 현지 한인사회는 반발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뉴저지한인회와 이 씨 유족 측 변호사는 한인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보디캠 영상 공개와 함께 투명한 진상조사를 주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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