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량판 적용 공공주택지구 23곳,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입력 2024-08-08 14:46  | 수정 2024-08-08 16:03
2023년 5월 2일에 촬영된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 /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LH 실태 감사 결과…5곳 중 1곳꼴 부실 설계·시공
LH 직원 등 5명 검찰수사 요청…전관업체 상품권 수수 등 37명 비위 적발

무량판 공공주택지구 5곳 중 1곳이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23개 지구(22.5%)에서 철근이 누락되는 등 설계·시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습니다.

감사원은 오늘(8일) 이러한 내용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 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 자재인 '보'를 없애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 강화 공법'을 쓰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기둥이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근(전단보강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 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LH가 발주한 무량판구조 아파트 시공에 전단보강근 누락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당시 사고로 촉발된 이번 감사를 통해 16개 지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나머지 7개 지구는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 최병철 감사관은 "LH는 구조 지침과 도면의 비교를 통해 부실시공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는 등 검수·감독 업무를 태만하게 했다"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는 시공사에 전단보강근의 설치 필요성과 시공 방법 등도 제대로 전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는 설계·시공 오류를 가중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건축사무소가 무량판 구조 설계 용역에서 규정과 다르게 구조 계산과 도면 작성을 분리하고, 승인받지 않은 업체에 하도급·재하도급하는 과정에서 부실과 오류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무량판 부실시공 23개 지구 중 LH로부터 정식 구조 도면 하도급 승인을 받은 설계 사무소가 도면을 작성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건축사무소는 하도급 대금을 실제 지급액보다 많이 지급한 것처럼 은행 거래 명세를 변조해 LH에 제출하고, 하도급업체에 지급한 돈 일부를 되돌려 받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 LH와 LH 출신이 있는 이른바 '전관 업체' 사이에 밀어주고 당겨주는 유착 실태도 드러났습니다.

LH는 전관 업체의 설계 오류를 확인하고도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했고, 품질미흡통지서를 받아야 할 전관 업체에는 안건 자체를 상정하지 않거나 검토를 소홀히 하는 방식으로 통지서를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LH와 전관 업체 간에 임의로 예정 가격을 산정하거나 관련 규정 요건에 맞지 않는 데도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특히 건설 현장 감독자 A 씨의 경우 직무와 관련한 전관 업체로부터 수십만 원어치 상품권 등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LH에 A 씨를 파면하라고 요구하는 등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문책·주의를 요구하거나 비위 사실을 통보했습니다. 또 검찰에 LH 전·현직 직원 각 1명과 업체 소속 민간인 3명 등 총 5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고, 7개 민간 업체에 대한 수사 참고 자료를 함께 보냈습니다.

LH에는 미흡한 제도와 지적된 문제 9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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