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경내에 모기장 치고 뮤지컬 가수 공연
덕문 스님 "산사 찾아 준 여러분이 있어 화엄사가 빛나"
자동차의 온도계가 37도를 표시합니다. 찐득한 습도가 더해진 날씨는 40도에 육박했습니다.덕문 스님 "산사 찾아 준 여러분이 있어 화엄사가 빛나"
모기장 영화음악제 준비가 한창인 전남 구례 화엄사 경내는 그늘이 아니면 잠시라도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더웠습니다.
경내에서 만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당장이라도 바로 옆 계곡에 뛰어들고 싶은 날씨"라며 이 더위에 멀리 화엄사를 찾아 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특유의 온화한 미소로 맞이했습니다.
스님이라고 안 더울 수 있을까요? 그래도 모기장 영화 음악제에 기꺼이 손을 더한 스님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공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내 입구에는 줄이 늘어섰습니다. 옛날에는 사찰에 불을 밝히고 야외에서 설법을 들으러 왔지만, 요즘은 음악을 듣기 위해 사찰에 모입니다. 다른 사찰에서도 산사 음악회를 하지만 화엄사만큼은 한 여름밤에 땀 흘리며 준비하고 땀 흘리며 보내는 이색적인 음악회를 합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입니다.
제목 그대로 화엄원 앞 뜰에는 모기장 백여 개가 채워 졌습니다. 찐 옥수수와 감자도 보온가방에 넣어 따끈한 간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참석자마다 녹색 LED 장식이 달렸고, 모기장 위에도 녹색 불이 켜지자 마치 반딧불에 내려와 앉은 듯합니다.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 모습 / 사진=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반딧불을 목에 걸고 나선 덕문 스님은 "저 멀리 지리산 노고단이 보이고 푸른 하늘과 푸른 숲과 또 여러분이 있어 화엄사가 빛나는 것 같다"며 "지리산의 여름 밤의 기운을 만끽하시라"며 환영과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어 시작된 공연은 감동입니다.
천년고찰 지붕에 드리운 조명 빛과 함께 출연진들이 연주하는 음악의 조화는 산사가 아니면, 여름밤이 아니면 가히 흉내낼 수 없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뮤지컬 배우인 KoN의 뮤지컬 해설과 함께 연주와 노래로 수를 놓았고, 뮤지컬 배우 윤형렬, 박혜민도 특별 초대 가수로 등장해 더욱 진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 모습 / 사진=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유명 뮤지컬 대부분이 서양에서 시작됐고, 내용 또한 수도승이나 신부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 출연진도 "사찰에서 신부들의 합창을 하게될 줄 몰랐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종교를 넘어서 국민 화합을 위한 화엄사의 가치입니다.
이날뿐만 아니라 여름밤 화엄사는 늦은 밤 12시까지 화엄사 산문을 열고 조명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주말마다 스님에게 어려운 법문이 아닌 일상의 고민을 털어내고 깨우침을 얻는 '하야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 누구나 치유의 공간, 깨달음의 공간, 휴식의 공간으로 기꺼이 스님의 시간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를 관람하는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과 내외 귀빈의 모습 / 사진=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날이 저물면서 공연장도 제법 시원한 계곡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공연 말에는 관객 모두가 잠시나마 반딧불을 흔들며 흥겨운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덕문 스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딧불을 손에 들고 흔들며 호응했습니다.
화엄사에서 열린 모기장 영화 음악회 모습 / 사진=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제공
이번 모기장 영화 음악회를 준비한 화엄사 홍보기획위원회 성기홍 위원장은 "내년에도 더 즐겁고 신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돌아가는 관객 손에는 특별한 김밥 한 줄이 야식으로 제공됐습니다. 화엄사와 주식회사 올곧이 콜라보한 비건 화엄사 김밥으로 최근 미국 수출길에 오르며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