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러시아 수감자 맞교환…우크라, 비밀 회담 가능성 경계
입력 2024-08-03 10:19  | 수정 2024-08-03 10:23
간첩 혐의를 받고 러시아에 수감됐다가 석방된 월스트리트저널(WS) 기자와 모친./ 사진=EPA연합뉴스
우크라 대통령 고문 "다른 이들이 휴전 조건 강요할 수 없어"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로 수감자를 맞교환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경계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수감자 교환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거래가 냉전 종식 후 처음이라는 점, 9개국 당국자들이 참여한 복잡하고 지난한 외교전을 거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감자 교환으로 서방이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서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비밀 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주 했던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언급하며 이를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이제 '너무 독립적'이어서 잠재적 협상에서 비켜날 수 없고, 다른 이들이 휴전 조건을 강요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번 수감자 맞교환을 두고 "이것이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무엇이 합의되든 우크라이나와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석방된 러시아 수감자들과 공항에 들어오는 푸틴./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이를 우려할 만한 과거 사례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고 결과적으로 재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민스크 협정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휴전 협정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때 러시아는 분쟁 당사국이라기보다는 거래의 보증인처럼 대우받았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양국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와 내부 분리주의 세력 간에 발생했다는 허위 주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이번 수감자 교환을 두고 "반체제 인사와 스파이를 교환하는 냉전 최고의 관행이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서방이 이번 교환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관련해 양보했을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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