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춘제 전 KBS 아나운서, 향년 82세로 별세…내일 발인
입력 2024-08-02 10:21  | 수정 2024-08-02 10:28
조춘제 아나운서 / 사진=유족 제공

조춘제(趙春濟) 전 KBS 아나운서가 향년 82세로 어제(1일) 오후 5시40분쯤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습니다.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중앙방송국(현 KBS)에 입사했습니다. '한국아나운서통사'에 따르면 고인은 스포츠 중계에 정열을 쏟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축구를 비롯해서 농구, 핸드볼 등 구기는 뭐든지 마스터"했고, 마라톤도 중계했습니다.

고인의 목소리를 국민의 기억 속에 남긴 건 KBS가 단독 중계한 1983년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였습니다. KBS는 25만 달러의 중계료를 냈지만, 대회조직위원회가 4강전을 앞두고 "방송을 하려면 마이크와 부스 사용료 등의 경비로 3만 달러를 더 내라"고 요구한 탓에 마이크 대신 100여 분간 국제 전화 통화로 현장중계를 했습니다.

1972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도 현지에서 중계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우리의 호프 이세연…우리 한국…우리 박이천…등 필요이상으로 '우리'를 남발하는 열혈 청년(?)"이라고 고인을 묘사했습니다.


1970∼1990년 고인이 방송한 국제 경기는 대부분 이겼다고 해서 '승리를 부르는 캐스터'로 불렸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중계에도 참가했습니다.

1971년 12월24일 KBS가 중계한 성탄 자정 미사 당시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박정희 정권을 비난하는 바람에 중계가 중단되고 TV 중계를 담당했던 고인이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1981년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3군사관학교 체육대회 육사와 해사의 축구 경기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라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한 뒤 방송본부장으로부터 "당분간 회사에 나오지 마라. 어쩌면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전화까지 받았지만, 오랫동안 배어있는 언행에서 비롯된 실수로 관계자를 처벌해선 곤란하다는 대통령의 뜻이 회사에 전달된 덕에 무사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1988년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창립됐을 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1998년 퇴직했습니다.

부인은 박신자와 함께 농구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영임 씨입니다. 유족은 김 씨와 사이에 1남3녀로 조영문·조문경·조은영·조형원 씨와 사위 강상훈·강문·김창수 씨, 며느리 박혜미 씨 등이 있습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내일 오후 2시20분, 장지 일산 자하연입니다. ☎ 02-2227-7569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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