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over Story] Z세대,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오프라인 경험을 하다
입력 2024-07-31 00:4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시 찾아온 뮤직 페스티벌
펜타포트락, 부산국제록페 등 화제
MZ, 쾌적하고 편리한 페스티벌에 열광

여름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벤트. 바로 뮤직 페스티벌이다. 팬데믹이 종식된 지 어언 2년째. 이제 뮤직 페스티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오는 8월2일 개최되는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과 10월 개최를 앞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주목 받고 있다. 돌아온 페스티벌의 최대 향유자는 MZ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온 페스티벌에 열광하는 면면이 흥미롭다.
‘과도한 경쟁+코로나 팬데믹=뮤직 페스티벌의 위기
메탈리카, 오지 오스본, 스콜피언스,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스웨이드, 위저, 뮤즈, 펫 숍 보이즈, 케미컬 브라더스, 악틱 몽키즈, 푸 파이터스, 스노우 패트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드 록, 모던 록, 브릿 팝 밴드들이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한국에서 펼쳐지는 뮤직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만났다. 맞다. 내가 만들고 있는 잡지에도 여름 즈음이면 ‘페스티벌 룩, ‘록 페스티벌 스타일 등의 기획이 어김없이 진행된다. 그렇다. 여름은 뮤직 페스티벌의 계절이다.
앞서 나열한 뮤지션들의 공연을 페스티벌을 통해 만난 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벌써 십수 년 전인 2006년부터 뮤직 페스티벌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이었다. 이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생기고, 여타의 뮤직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위)메탈리카 (아래)스콜피언스
그 시절의 인기 밴드는 물론이고 뮤직 히스토리를 관통하는 클래식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라인업이 수많은 페스티벌을 통해 펼쳐졌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약 10년은 뮤직 팬이나 페스티벌 고어에게 여한이 없는 시간들이었다.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후지록, 서머소닉 등의 해외 유수 페스티벌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판타지와도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행하던 뮤직 페스티벌들이 점차 유명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라인업 유치 경쟁에서 펼쳐진 자본 출혈 때문이었다. 해외에선 5만 달러면 되는 출연료가 국내 업체들의 경쟁에 힘입어 2~3배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자본력이 강한 페스티벌 측은 그들을 당겨올 수 있었지만 그 자본이 티켓 판매로 전부 회수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23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결국 과도한 출혈은 제작사 폐업으로 이어졌다. 불과 10여 년 만에 한국의 뮤직 페스티벌 비즈니스는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심지어 전혀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불어 닥쳤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뮤직 페스티벌과 같은 인구 밀집형 이벤트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점차 약해지던 소생의 불꽃이 완전히 꺼져버리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3년간의 팬데믹은 뮤직 페스티벌 신에서 어쩌면 재정비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관객의 입장에서는 페스티벌 속에서 표출되는 뜨거운 열정에의 갈망이 커져만 가는 시간이었다. 사실 팬데믹 기간 동안 펜타포트 등의 페스티벌은 해외 뮤지션이 아닌 국내 라인업으로만, 또 온라인으로만 개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방구석에 앉아 온라인 중계로 바라보는 뮤직 페스티벌. 갈증을 달랠 순 있으나, 실제만큼의 감동을 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2023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그리고 2023년 봄. 서울 도심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만들어내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다시 돌아온 펜타포트락페스티벌도 3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과거만큼의 거대한 해외 라인업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국내 라인업과 해외 라인업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이뤄낸 훌륭한 성과였다. 동시에 이 성공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관객들의 페스티벌에 대한 갈증이었다.
기대 모으는 페스티벌, ‘펜타포트락 & 부산국제록
어쩌면 다시금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2023년의 페스티벌들이 그간의 부재를 처음으로 충족시킨 시간이었다면, 2024년은 완전한 준비 속에서 제대로 치르는, 그래서 ‘뮤직 페스티벌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대략 10여 개 이상 개최된다. 상반기의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 이어 돋보이는 이벤트 2개가 있다. 바로 8월 2일에서 8월 4일간 개최되는 2024 인천 펜타포트락페스티벌과 10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리는 2024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2023(사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사무국)
먼저 펜타포트락페스티벌을 살펴보자. 가장 눈에 띄는 헤드라이너는 바로 잭 화이트다. 그는 화이트 스트라입스라는 듀오로 활동하며 ‘Seven Nation Army라는 걸출한 히트곡을 내놨다. 동시에 슈퍼밴드라 불릴 만한 래콘터스와 데드웨더라는 밴드 활동을 한 스타 뮤지션이다. 2022년 내한 공연 이후 3년 만의 내한이라 많은 팬들로부터 기대를 얻고 있다.
펜타포트에서 눈여겨볼 만한 또 다른 밴드는 세풀투라다. 지금의 세대에게 어필하는 밴드는 결코 아니다. 브라질 출신의 스래시 메탈 밴드인 세풀투라는 메탈리카, 메가데스 등과 동시대에 메탈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노장 밴드다. 올해 펜타포트는 패션 브랜드 셀린느 쇼에도 참석하는 잭 화이트 같은 모던한 아티스트부터, 클래식 메탈 밴드 세풀투라까지의 범주를 아우르는 셈이다.
2023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전경
이외에도 올해 펜타포트에서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오리사카 유타를 위시해, 터치드,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램넌츠 오브 더 폴른 등과 같은 국내의 다양한 록 장르 밴드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저 멀리 부산에서도 관록 있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바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다. 다양한 명칭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부산은 인천과 더불어 한국 록 역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특히 올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역시 작년부터 재정비하여 페스티벌 마니아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인업도 꽤나 흥미롭다. 일단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영국 밴드 카사비안이 헤드라이너의 한 자리를 꿰찼다. 유독 국내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성 뮤지션 앤 마리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국카스텐, 잔나비 등의 큼직한 한국 밴드도 출연한다. 10월의 선선한 바다 바람 속에서 뜨거운 에너지를 즐기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부산록페스티벌 2023 전경(부산록페스티벌사무국 제공)
이제 해외 뮤지션이 헤드라이너로 오르는 국내 대표 뮤직 페스티벌은 약 3개로 압축해볼 수 있다. 지난 5월 이미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재즈페스티벌, 한여름의 펜타포트락페스티벌, 그리고 초가을의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2000년대 초반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페스티벌의 난립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의 적절한 구색을 갖춘 페스티벌의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헤드라이너와 서브라이너 등이 인기 절정의 해외 뮤지션으로 채워지는 그런 페스티벌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헤드라이너급 뮤지션 1~2팀, 그 다음 정도의 리스트에 오를 1~2팀과 국내 뮤지션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이 대세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서재페, 펜타포트, 부산록페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와 같은 구성을 지닌다. 동시에 이 정도의 구성이 적절하게 수지타산을 맞추는 산업적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9년 4월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선 블랙핑크(사진 매경DB, YG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의 세대교체,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합류
뮤직 페스티벌이 다시금 (과거만큼은 아니지만) 영광을 되찾은 것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그건 바로 취향, 경험, 놀이를 중요시하는 온라인 세대의 오프라인 지향적 성향이다. 페스티벌 영광의 시대는 기성세대인 X세대와 밀레니얼의 것이었다. 이들은 해외의 페스티벌을 동경하고, 국내에 그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끈질김 기다림 끝에 그것을 얻어냈다. 완전히 미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다. 하지만 팬데믹은 그들의 열정을 시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금 열린 페스티벌의 세대는 밀레니얼과 Z세대의 것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Z세대의 합류가 흥미롭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더 길들여진 세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아날로그와 ‘오프라인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의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고, 온라인 세상보다 직접적 만남이 존재하는 오프라인을 갈구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에게 뮤직 페스티벌은 과거의 음악을 현재 시점에서 즐기고, 또 최고의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하는 장으로 적합하게 다가왔다. 나는 뮤직 페스티벌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데에는 분명 이 세대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믿는다.
2023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사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사무국)
새로운 세대에게 뮤직 페스티벌은 과거의 음악을 현재 시점에서 즐기고, 또 최고의 오프라인 경험을 선사하는 장으로 적합하게 다가왔다. 나는 뮤직 페스티벌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데에는 분명 이 세대의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믿는다.”

새롭게 등장한 뮤직 페스티벌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거 세대처럼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물론 연일 K-팝 스타들이 무대에 서서 소식을 듣게 되는 글래스톤베리, 코첼라, 룰라팔루자 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존재하겠지만, 우리 세대처럼 꼭 그곳에 가고야 말겠다는 욕망은 없다. 적절한 해외 정상급 뮤지션과 흥 넘치는 국내 뮤지션의 조합이면 그 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개최된 아시안 팝 페스티벌만 봐도 그렇다. 국내 인디 뮤지션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뮤지션의 공연이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내에서 열렸다.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은 호텔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쾌적하고 좋다고 느낀다. 잔디밭에서 공연을 보다가 더우면 실내로 들어오면 되고, 또 그 안에 이미 자리한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도 장점으로 다가온다.
[이미지=픽사베이]
어쩌면 이제 뮤직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지는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앞에서 언급한 전부가 아닐까 싶다. 뮤직 페스티벌은 험하고, 거칠고, 지저분하지만 열정만 있으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라던 시절이 있었다. 그 불편함을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한 관객이 다 떠안아야 하는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선 성공하지 못한다. 깨끗하고, 정돈되고, 예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충족되면 관객들은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주저 없이 지갑을 연다. 요즘 페스티벌 티켓은 꽤나 비싸다. 그러니 모종의 뮤직 페스티벌을 고려하고 있다면 편리함과 쾌적함을 음악적 경험과 동일선상의 우선 순위로 두어야만 할 것이다. 그게 요즘 뮤직 페스티벌의 진화이며, 갖춰야 할 덕목으로 느껴진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매경DB, 펜타포트 조직위원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사무국]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40호(24.07.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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