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통사고서 못 구한 애인과 '영혼결혼식' 올린 대만 여성
입력 2024-07-24 08:12  | 수정 2024-07-24 08:13
사고 당시 현장 / 사진=홍콩 SCMP 캡처

대만의 한 여성이 자신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뒤 결국 숨진 남자친구와 '영혼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어제(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5일 대만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에서 살아남은 대만 여성 위(余) 모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습니다.

위 씨는 남자친구 훙(洪) 모 씨와 훙 씨의 누나 등 4명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4중 연쇄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위 씨는 다리를 다쳤음에도 안간힘을 다해 뒷좌석에서 친구 1명을 끌어냈고, 다른 사고 차량에서도 승객 2명을 구해냈습니다.


다만 자신이 타고 있던 차 운전석 쪽의 파손이 워낙 심해 운전자였던 훙 씨 누나와 그 뒷자리에 타고 있던 남자친구 훙 씨는 결국 구할 수 없었습니다.

위 씨는 대만 매체에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그 누나를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습니다.

위 씨는 훙 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며 가족과 자주 왕래했습니다.

한꺼번에 두 자녀를 잃은 훙 씨 어머니는 약 10년 전 교통사고로 또 다른 아들을 잃었고, 몇 년 전에는 남편과 사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 씨는 훙 씨와 사후 세계에서라도 부부가 될 수 있도록 영혼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자신은 물론 자식을 잃은 훙 씨 어머니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중화권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위 씨는 또 훙 씨 어머니를 앞으로도 계속 돌볼 계획입니다.

3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영혼 결혼'은 일반적으로 망자에게 배우자를 찾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씨 이야기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SCMP는 전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인스타그램에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한 이 용감한 여성의 생각은 놀랍다"고 적었고, 다른 누리꾼은 "그녀의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감동적"이라며 "영혼결혼은 영적 위안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SCMP는 지난 5월 결혼을 앞두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커플을 위해 유가족들이 영혼 결혼식을 올려주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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