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Z세대 사로잡은 '힙한 불교'…절에서 '릴스' 찍는 대학생들
입력 2024-07-21 09:53  | 수정 2024-07-21 10:01
예술대학 불교동아리 '진선미'에서 만든 대등/사진=연합뉴스
'힙한 불교' 인식 확산하며 참여 학생 늘어
"종교로 생각하기보다 콘텐츠로 즐겨", "인생 가르침 많이 받아"


"불교를 종교로 생각하기보다, 콘텐츠로 즐기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재미없지 않을까' 생각하며 동아리 문을 두드렸던 친구들도 생각이 바뀌는 게 보여요."

동국대학교 경영대 불교 동아리 '다붓다붓'의 회장인 최윤정(22) 씨는 원래 불자가 아니었지만, 연등 행렬 등 여러 활동을 하며 불교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한 경영 윤리 탐구를 내건 '다붓다붓' 회원은 지난 5월 창립 당시부터 100명을 넘겼습니다.

불교대학 동국대에는 올해 14개의 단과대 불교 동아리가 새로 생겼습니다. 기존에는 소속 단과대와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 불교 중앙동아리 1개뿐이었으나 올해 들어 선택의 폭이 대폭 넓어진 것입니다.

14개 단과대 불교 동아리와 일반대학원 불교 동아리 1개의 연합체 격인 '불교학생연합'도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전통문화를 넘어 MZ 세대를 사로잡은 '힙한 불교' 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풍경은 승복 입고 디제잉 하는 '뉴진스님', '꽃스님'으로 불리는 30대 초반의 범정스님, 대한불교조계종의 미혼남녀 소개팅 '나는절로' 프로그램 등이 화제를 모으면서 불교에 대한 장벽이 낮아진 덕분입니다.

각 동아리는 템플스테이나 법회처럼 전통적인 활동뿐 아니라, 법률 상담 봉사(법과대학), 불교 조각·건축 등 예술 특강(공과대학), 학내 사찰인 정각원 메타버스 제작(AI 융합대학) 등 단과대 특징을 살린 활동도 추진 중입니다.

동국대 불교동아리 학생들. 좌측부터 조원준·최윤정·박수영·이승협 학생. / 사진=연합뉴스


'고요 속의 깨달음'으로 인식되는 템플스테이도 이들은 달리 즐깁니다.

공대 불교 동아리 '300석'의 회장 이승협(23) 씨는 최근 동아리 차원의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경험을 공유하며 "학생들이 다들 에너지가 넘쳐서 전원 자발적으로 108배를 했고, 절에서 '릴스'도 찍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법회나 명상을 통해 접하는 불교의 가르침도 고민 많은 MZ 대학생을 동아리로 이끄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법대 불교 동아리 '불법단체' 회장인 조원준(23) 씨는 "스님이 법회에서 불교의 교리를 재미있게 풀어준다"며 "학생들은 그걸 들으며 '내가 살면서 가졌던 고민이 이런 거였구나'라고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도 "법회에서 지도 스님들로부터 인생의 가르침을 많이 받는다"며 "가령 '내년에 시험이 있는데 안 되면 어떡해요', '뭐 해야 하죠'라고 물으면 '안 돼도 돼, 인생 끝나는 것 아니야'라고 말해주시는데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세대에게 불교 동아리는 활동에 큰 시간이 들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복학 후 비로소 동아리 생활을 제대로 접하게 됐다는 조 씨는 "몇 년 전 코로나가 강타한 뒤 학생들 사이에서는 사회적 연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다른 동아리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워도 불교 동아리는 템플스테이를 가는 정도의 활동이니 부담이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교학생연합은 오는 9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영캠프'를 열 계획입니다. 이들은 개그맨 윤성호가 분한 '뉴진스님' 등 불교 관련 유명 인사를 섭외해 토크콘서트와 페스티벌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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