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범람으로 즉시 대피"도 안내문자로…긴급재난문자는 고작 1%
입력 2024-07-18 07:01  | 수정 2024-07-18 07:18
【 앵커멘트 】
재난문자에는 강제로 알림 소리를 내는 '긴급재난문자'와 소리가 안 나는 '안전안내문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폭우가 몰아쳤던 지난 밤을 보면 지자체들이 당장 대피하라는 긴급한 내용을 안전안내문자로 보냈습니다.
잘 때 휴대전화 알람을 꺼둔 주민은 대피 문자를 제때 볼 수 없었겠죠.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0일, 김수창 씨는 폭우로 집과 정비소가 잠기며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 인터뷰 : 김수창 / 수재민
- "문을 여니까 폭포처럼 물이 들어오는 거야. 도망가야지 어떻게 해."

재난문자는 보지 못했고, 물이 차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겨우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 인터뷰 : 김수창 / 수재민
- "받은 일도 없고. 물이 문 사이로 들어오는 소리가 나서 그냥 일어났죠."

김수창 씨와 주민들이 받은 문자는 안전안내문자였습니다.


안전안내문자는 일반 문자처럼 휴대전화 알람을 꺼놓으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보다 위급한 상황에서 보내는 긴급재난문자는 40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함께 울립니다.

지난주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을 때 발송된 관련 재난문자는 836건, 그 가운데 긴급재난문자는 10건에 불과했습니다.

'즉시 대피하라'는 내용도 긴급재난문자로 보내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망자나 실종자가 나온 지자체도 안전안내문자로 대피하라고 공지했습니다.

▶ 인터뷰(☎) : 지자체 관계자
- "긴급재난문자는 따로 얘기를 많이 못 들었어요. 긴급재난문자는 아마 다른 시군도 거의 안 쓸 거예요."

현재 사용중인 기준으론 긴급재난문자를 언제 보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반면 기상청은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을 충족하면 곧바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합니다.

어제(17일) 오전 호우가 내렸을 때 발송된 긴급재난문자는 23건, 하나 빼고 모두 기상청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다른 기관도 신속하게 긴급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정부에서는 재난문자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자세한 예시를 만들어서 지자체가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재난문자 소리가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만큼, 문자 소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합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나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이권열·김민호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
그래픽 : 임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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