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명 사망' 추돌사고…알고 보니 1명은 견인차에 깔려 숨져
입력 2024-07-16 09:08  | 수정 2024-07-16 09:21
당시 사고 현장 /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4월, 경기 광주시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차량 추돌사고의 사망자 2명 중 한 명이 사고 후 도로에 나와 있다가 뒤이어 달려온 견인차에 깔려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해당 견인차 기사는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차량과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를 훔쳐 숨겨뒀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30대 견인차 기사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16일)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30대 B씨를 자신의 견인차로 밟고 지나가(역과)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에 앞서 B씨는 같은 날 새벽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로 20대 C씨의 액티언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후 차에서 내려 주변을 배회하던 B씨는 이내 고통을 호소하며 자신의 차량 옆에 주저앉아 있었고, 현장에 최초 출동한 도로공사 및 소방 관계자 다수가 이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이후 A씨의 견인 차량이 현장에 다녀간 뒤 B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좀 전까지 의식이 있는 듯 보였던 B씨는 별안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마찬가지로 심정지 상태였던 C씨와 함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모두 숨졌습니다.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사고 당일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출동했던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A씨의 견인차가 도로에 앉아 있는 B씨를 역과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견인을 위해 중앙분리대와 B씨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B씨를 충격한 것입니다.

이후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B씨 차량 블랙박스를 챙긴 뒤 현장을 떠난 A씨는 "차량 휠 부분이 고장 나서 견인이 어렵다"고 둘러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5대의 견인 차량이 경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온 A씨는 다른 견인차들이 C씨 차량을 견인하는 사이 B씨 차량을 견인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시 출동했던 5대의 견인차를 탐문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지난 5월 초 A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 수색 했습니다.

이어 A씨 노트북에서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실행됐다가 삭제된 기록을 포착한 뒤 A씨를 추궁해 숨겨뒀던 메모리카드를 찾아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도 B씨의 사인이 차량의 역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이미 숨진 줄 알고 2차 사고로 덤터기를 쓰게 될까 봐 블랙박스 메모리를 챙겨 떠났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5월 말 검찰에 구속 송치된 A씨는 현재 기소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견인을 위해 중앙분리대와 차량 사이를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훔친 B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엔 사고 장면이 찍혀있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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