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치켜든 트럼프 티셔츠' 판매..."수익금은 트럼프 캠프 기부"
트럼프 참모 "여기가 진짜 이오지마"
어제 하루 종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총격 소식 듣고 놀라신 분들, 적지 않을 겁니다. 미국 시민, 유권자들도 모두 이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선이 4개월 남았지만, 대선을 뒤흔들 사건이 된 것만은 확실합니다.트럼프 참모 "여기가 진짜 이오지마"
특히 총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쥔 모습,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 뒤로 펄럭이는 성조기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각인된 듯 합니다. 이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트럼프 지지자들이 "USA"를 외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상징하는 '미국 애국주의', '보수주의'가 절묘하게 현실로 구현된 셈입니다. 트럼프 지지층 결집에 이어 중도층으로 트럼프 지지세가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지 하루도 되지 않아 인터넷에서는 총격 직후 사진이 티셔츠로 제작돼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호지 트윈스'라는 이름의 쌍둥이 콘텐츠 제작자들은 35달러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5만 원 가까운 금액이니, 미국 물가 수준을 고려해도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미국인들이 즐겨찾는 월마트에서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면 20달러 이하로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소 비싼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호지 트윈스'에 따르면 수익금은 전액 트럼프 선거 캠프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팔릴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진이 가져올 파장이 엄청나다는 것만큼은 간접적으로 느껴집니다.
트럼프 참모, SNS에 "진짜 이오지마"
미국 언론에서는 유명한 보도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바로 AP통신 조 로즌솔 기자가 촬영한 '이오지마의 성조기'(Raising the Flag on Iwo Jima)입니다. 미국 잡지 '더 뉴요커'는 총격 직후 촬영된 사진을 보도하며, 광경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이오지마 해병대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캠프에서도 당연히 언론과 민심의 기류를 파악하고 표밭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은 총격 직후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여기가 진짜 이오지마"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 라시비타 공동선대위원장 SNS / 사진=크리스 라시비타 '엑스(X)' 캡처
'이오지마의 성조기'가 대체 어떤 사진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차리실 겁니다.
'이오지마의 성조기' / 사진=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이 사진은 미국 해병대원들이 이오지마(이오섬) 전투 도중 성조기를 세우는 모습입니다. 이오지마 전투는 1945년 2월부터 3월까지 미군과 일본군이 치른 전투입니다. 양측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로 전투에 임하면서 적지 않은 사상자가 발생해 2차 세계대전의 대표적 전투로 손꼽힙니다. 미군의 역사에서는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전투기도 합니다. 당시 이오지마 전투를 지켜본 제임스 포레스탈 미 해군장관은 이 성조기를 보고 "500년이 넘게 존속할 해병대의 상징"이라고 칭찬했다고 합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할까요? 사진의 구도가 절묘합니다. 물론 사진이 촬영된 맥락을 놓고 보면 두 사진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두 사진을 포개어 볼 것 같습니다. 국가에 대한 헌신, 강인함과 불굴의 정신은 물론이고 '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할 겁니다.
트럼프, '머그샷'으로 위기를 기회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출 능력'과 '쇼맨십'은 과거부터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구치소에 20분 정도 수감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머그샷'으로 불리는 범인 식별 사진을 찍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머그샷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는 '선거 방해 혐의'였습니다. 2020년 대선 때 조지아주 선거에서 패배하자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한 혐의입니다.
그런데 사진 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혐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결기'가 느껴집니다. 트럼프 측은 이 사진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습니다. 이 사진을 활용해 티셔츠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100억 원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을 촬영하기 전에 참모들과 회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그샷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다, 와튼스쿨에서는 그런걸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능청스럽게 말했지만, 섬세하게 머그샷을 연출했다는게 미국 언론의 분석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머그샷이 새겨진 티셔츠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 총격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찡그린 표정을 연습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본능'이 만든 장면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총격 직후 촬영된 사진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현대 미디어 시대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숙련된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역사를 좌우할 새로운 '한 장의 사진'이 등장한 것일까요? 4개월 뒤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기다려봐야 하겠습니다.
[ 이권열 기자 / lee.kwonyul@mbn.co.kr]
[아메리카 샷 추가] 에서는 현재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연수 중인 이권열 기자가 생생하고 유용한 미국 소식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