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메리카 샷 추가] 미국 여행 인기 선물?..."가져오시면 큰 일 나요"
입력 2024-07-12 09:42  | 수정 2024-07-12 12:54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판매 중인 '베이글 시즈닝' / 사진 = MBN 촬영
선물용 인기 '베이글 시즈닝', 한국 반입하면 '몰수'
인천공항세관 "마약 지정 양귀비 검출"
최근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물론 한국 관광객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식료품 체인이 있습니다. 바로 '트레이더 조'입니다. 트레이더 조는 자체 브랜드(PB) 식료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한국의 김밥, 불고기는 물론 떡볶이까지 냉동식품으로 팔고 있습니다. 저도 직접 먹어보니 한국 '본토 음식' 못지 않게 고유의 맛도 살아 있고 조리도 간편했습니다. 타향살이하는 한국인들에게 '고향의 맛'을 전해주고, 미국인들에게는 'K-푸드'를 알리고 있다보니 트레이더 조를 들렀던 한국인은 물론이고 트레이더 조를 경험하지 못한 한국인들에게도 트레이더 조는 이제 꽤 입소문이 났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더 조 식품 가운데 '이것'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바로 '베이글 시즈닝'입니다. 트레이더 조 매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상품입니다. 베이글에 뿌려 먹으면 풍미를 더한다고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직접 촬영한 베이글 시즈닝 사진입니다.



"수하물에 노란색 세관 검사 자물쇠가"


2달러도 되지 않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선물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유튜브나 블로그 등에서는 '미국 여행 필수템'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국으로 가져왔다가 뜻하지 않게 곤욕을 치렀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공항에서 바로 몰수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한 커뮤니티에는 한국에 도착해보니 수하물에 '노란색 세관 검사' 자물쇠가 달려 있었다는 경험담이 올라왔습니다. 이런 자물쇠가 달린 가방은 별도로 검사를 철저하게 받습니다. 결국 이 분은 공항에서 물품 포기 각서를 쓰고, 베이글 시즈닝을 모두 버렸다고 합니다.

네이버 카페 '미준모'에 게재된 베이글 시즈닝 몰수 사례 / 사진 = 네이버 카페 '미준모' 캡처


이유는 바로 '양귀비 씨'(poppy seed) 때문입니다. 베이글 시즈닝에는 양귀비 씨가 들어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양귀비 씨를 식재료로 사용하긴 하지만, 양귀비는 아편의 원료입니다. 또 양귀비 씨에는 마약 성분이 극소량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글 시즈닝 '양귀비 씨' 성분 표시 / 사진 = MBN 촬영


한국에서는 양귀비 씨의 반입과 유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관상용 양귀비도 있으니 모든 양귀비가 마약은 아니지만, 마약류로 지정된 양귀비 품종이 있습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귀비과(科)의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또는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은 마약류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더 조 베이글 시즈닝은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이 검출된 제품으로 확인됐다고 인천공항세관은 밝혔습니다. 지난 9일 미국 주재 한국 영사관들도 홈페이지 '해외여행안전정보'를 통해 트레이더 조의 베이글 시즈닝 제품은 한국 반입이 제한된다고 공지했습니다.


주애틀랜타 대한민국 총영사관 '해외여행안전정보' 공지 / 사진 = 주애틀랜타 대한민국 총영사관 인터넷 홈페이지


과거에도 마약류 양귀비 씨의 국내 반입은 금지돼 있었지만, 최근 베이글 시즈닝이 한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관세청도 검색과 단속을 강화한 상황입니다. "선물용으로 몇 병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공항에서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입 규모나 반입 시도 횟수에 따라 자칫 법적 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도 '양귀비 씨' 섭취 금지령


미국은 마약 규제를 둘러싼 역사와 사회적 맥락이 한국과 다르다보니 양귀비 씨 섭취나 유통을 강하게 규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임신부가 양귀비 씨를 섭취해도 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의료 건강 사이트에 관련 질문도 자주 올라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합의된 '섭취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통상적인 식품 섭취량 정도를 먹는다면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지만, 양귀비 씨를 많이 섭취했을 때 임신부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의견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임신부에게 양귀비 씨 대신 참깨를 베이글에 뿌리라고 권장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양귀비 씨를 섭취하면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의료 전문가들의 주의 사항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른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더라도 검사 결과에 대해 오해와 혼란을 불러올 수 있으니 적어도 이런 위험은 알고 섭취를 하라는 취지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 국방부도 지난해 군인들에게 양귀비 씨를 먹지 말라고 밝혔습니다. 양귀비 씨를 섭취한 뒤 소변 등으로 약물 검사를 하면 마약 성분이 검출될 수 있는 만큼 약물 검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미국에서는 군인들을 상대로 약물 검사를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미 국방부는 특히 "일부 양귀비 씨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코데인(마약성 화학 물질)을 함유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권열 기자 / lee.kwonyul@mbn.co.kr]

[아메리카 샷 추가] 에서는 현재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연수 중인 이권열 기자가 생생하고 유용한 미국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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