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블랙리스트 또 등장…'감사한 의사' 비꼬기도

채팅방 개설자 "환자만을 위해 의업에 전념한 선생님들께 감사의 뜻" 빈정거려

정부가 의료현장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을 철회하기로 한 가운데, 복귀한 전공의들의 실명을 공개한 텔레그램 채팅방이 등장했습니다.

오늘(1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감사한 의사-의대생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지난 7일 생겨났습니다.

채팅방에는 어제(11일)부터 '감사한 의사', '감사한 의대생', '감사한 전임의'라는 리스트가 각각 공개됐습니다.

의대생은 학교와 학년, 이름이 공개됐고 전공의는 병원, 진료과, 연차까지 공개됐습니다. 전임의의 경우 병원과 진료과, 출신 학교와 학번, 이름 등의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리스트에 실린 명단은 의료 현장에 남아있거나 복귀해 일하고 있는 전공의,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 집단 수업 거부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의대생으로 추정됩니다.

의료진이 병원에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채팅방의 제목이나 게시글에서 사용된 '감사한'이라는 표현은 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나 학교에 남은 의대생을 비꼬는 표현입니다.

개설자는 "해당 채널은 보건복지부 장관님의 뜻에 따라 이 시국에도 환자만을 위해 의업에 전념하고 게신 의사, 의대생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려 했으나, 해당 선생님들을 몰라 감사의 뜻을 표할 수가 없어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명단을 제작해 공개하고자 만들었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명단은 해당 선생님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작성했기 때문에 널리 알려주셔도 괜찮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설자는 특히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 후 9월 전공의 모집 지원의 길을 열어준 상황에서 9월 복귀 전공의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개설자는 "추후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 올해 가을턴(9월 복귀자)에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제대로 감사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최우선으로 추가 명단 작성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이 현장에 복귀한 의사와 의대생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집단행동 이탈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앞서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집단이탈 초기인 지난 3월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