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줄곧 거절하다 결국 승낙
정몽규 "한 팀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
정몽규 "한 팀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
전 국민이 주목하던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가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에게 돌아갔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난 2월 경질된 후 최적의 인물을 찾겠다며 100명 안팎의 외국인 후보를 따져본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국내 지도자에게 중책을 넘겼습니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20일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을 이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수장으로 정해성 위원장을 임명하고 본격적으로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을 물색했습니다.
정 위원장 체제 전력강화위는 대표팀 감독 자리에 관심을 보인 100명 안팎의 외국인 지도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전력강화위는 늘 국내, 국외 감독 중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지 않고 최적의 감독을 찾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지도자를 물색하는 데에 공을 들였습니다.
국내 감독보다는 세계 축구 흐름을 잘 아는 외국인 감독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화상으로 전력강화위 회의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외국인 후보는 항상 축구협회와 '미스매치'가 발생했습니다.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 명문 팀에서 뛰는 선수들로 채워진 한국을 이끌만한 역량 있는 지도자는 몸값이 비쌌습니다.
축구협회 재정 상황은 어렵습니다. 내년 준공될 예정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공사 비용이 늘어나 300억원가량 대출을 받은 상황입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거액의 위약금도 감당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을 지휘했던 제시 마쉬 감독과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갔으나 연봉, 국내 거주 등 세부 조건에 대한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결국 그는 캐나다 대표팀을 맡게 됐습니다.
반대로 몸값을 감당할 만한 외국인 지도자는 협회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마쉬 감독이 후보군에서 빠진 후 전력강화위는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축구 선진국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경험이 없습니다.
이외 지도자들도 빅리그에서 성과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협회가 계속 이 같은 딜레마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자 정 위원장은 홍 감독, 김도훈 감독 등 국내 지도자 쪽으로 판단이 기울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돌연 사의를 표한 가운데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잉글랜드) 감독과 면담을 하기 위해 유럽 출장까지 다녀왔습니다.
정해성 축구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 브리핑./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여기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는지 협회의 최종 선택은 국내 지도자 홍 감독이었습니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직후부터 새 사령탑 후보로 언급된 홍 감독은 줄곧 울산을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정 위원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도 거절의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당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단호히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당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수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축구협회의 상황을 외면하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그제(5일) 취재진과 만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차기 사령탑에 대해 "결국 (대표팀 감독은)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은 자기들(코칭스태프)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구를 선임하든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높을 것이라며 "50%의 지지를 받으며 (감독이) 되는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