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기다립니다 -취[재]중진담
입력 2024-07-06 09:00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월요일 밤, 팀 대화방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습니다.

시청 부근 대로변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꽉 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저기는 늘 지나다니는 곳인데, 대체 무슨 사고가 난 거지."

곧이어 업데이트 되는 사상자 수를 보면서도 선뜻 믿기지 않았습니다.

출처: MBN


평범하게 시작된 하루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는 회식 자리를 마무리했고, 누군가는 야근을 하러 가던 그 순간, 승용차 한 대가 인도의 사람들을 덮친 사고였습니다.

이번 '취[재]중진담'에서는 서울시청 앞 역주행 사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서울 한복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사고 ◆

지난 1일 밤 9시 27분쯤부터 '시청역 사거리 부근에서 자동차 사고가 크게 나, 다수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가 연속해서 접수됐습니다.

68살 A 씨가 운전하는 제네시스 승용차 한 대가 인도로 돌진한 겁니다.

A 씨 차량은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200m 가량 역주행하다가 인명 피해를 내고서야 멈춰섰습니다.



이 사고로 30대부터 50대까지 남성 9명이 숨지고, 운전자 A 씨 부부를 포함해 7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직후 A 씨 부부는 차량의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운전자는 40년 경력의 현직 시내버스 운전자였습니다.

A 씨는 당시 술을 마셨거나 마약은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곧바로 병원에 입원됐습니다.


◆ "누구보다 성실했던 사람들" ◆

갑작스러운 사고에 희생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슬픔을 더했습니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서울시청 청사운영팀장으로 재직 중이던 김인병 씨는 당시 늦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일을 하러 청사로 돌아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MBN


김 씨와 함께 식사를 했던 30대 주무관 윤 모 씨도 평소 일밖에 모를 정도로 성실한 공무원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사고 당일 회사에서 승진한 은행원 박 모 씨와 박 씨의 축하 자리를 마련해준 동료 3명이 유명을 달리한 슬픈 사연도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고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30대 새신랑을 포함해 너무도 젊은 30대 3명의 목숨을 동시에 앗아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4일 희생자 9명에 대한 발인식이 유족과 동료들의 눈물 속에 진행됐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1주일 내내 이들의 넋을 위로하려는 이들의 추모 발길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 밝혀져야 할 의혹들 ◆

운전자 A 씨는 지난 4일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첫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A 씨는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딱딱했다' 등 여전히 차량의 이상으로 인한 급발진 문제 때문에 벌어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1차 수사 브리핑에서는 A 씨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정황들이 하나 둘 공개됐습니다.

출처: MBN


우선 경찰은 통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때 자동으로 켜지는 보조 브레이크등이, 사고 CCTV 영상 속 A 씨의 차량에서는 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도로에 남게되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도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즉, 차량이 역주행을 하면서 가속이 되는 상황에서도 A 씨가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을 찾아내지 못한 거죠.

대신 A 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에는 사고 직전 A 씨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은 수치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더 정밀한 차량 분석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 중이고, 종료 후 결과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결국 그때까지는 사고의 원인이 급발진인지 급가속인지, 사고 과정에 운전자의 고의성이 개입되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떤 쪽이든 납득할 수 있는 결과와 그에 따른 합당한 처분이 이뤄지기를 바라 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연장현 기자 / tallyeon@mbn.co.kr]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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