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대교수 "의사 행정명령은 일제 잔재…명령 남발하는 전체주의"
입력 2024-07-04 17:41  | 수정 2024-10-02 18:05
권복규 이대 의대 교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22주년 포럼서 발표
"프랑스혁명·문화혁명 당시 의사 악마화해 의료 질 저하"
"과거엔 환자가 의사에 집 한채 주기도…환자-의사 대가 조율에 국가 개입 옳지 않아"

한 의과대학 교수가 정부가 의사들에게 내린 진료 유지 명령 등이 일제의 잔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사적 관계라면서 과거에는 환자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사에게 집 한채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는 오늘(4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22주년 기념 의료정책포럼에서 "기본적으로 조선시대 후기까지 우리는 직업으로서의 의사를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일본이 식민지인 조선에 의사 경찰 제도를 들여왔다"며 "식민지 시절 일제는 국가가 보건의료와 위생 문제를 관할한다는 인식을 주입했다"고 말했습니다.

권 교수는 "1944년 조선의료령이 만들어지는데, 당시는 태평양 전쟁 말기였어서 일제의 난폭함이 극에 달했다"며 "조선인 의사들과 병원 시설을 전시 목적으로 징발하고자 했는데, 지금의 행정명령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의료령은) 조선 총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의료 관계자에게 총독이 지정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있게 했고, 이후 우리나라가 1951년 의료법을 만들면서 이를 베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어느 나라나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게 정당화될 수 있지만, 전시나 심각한 보건 위기 상황이 아닌데 (지금) 명령을 남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교수는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병원들이 의무적으로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금액을 받도록 한 제도인 당연지정제를 두고도 "1977년 유신 헌법 때의 일"이라며 "지금은 유신 체제를 독재, 권위주의 체제라고 부정하고 있는데도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국가는 기본적으로 이런 (유신적) 생각을 고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교수는 의료 공백 사태에서 의사가 악마처럼 비친 탓에 향후 한국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혁명 때, 중국 문화혁명 때,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 때 의사들, 배운 사람들을 악마화해서 그 사회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숙고하지 않고 있다는 게 유감스럽다"며 "그 나라들은 심각한 의료의 질 저하를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권 교수는 또 한 명의 국민으로서 의사의 기본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교수는 "대통령은 제때 치료받게 하는 게 국가의 헌법적 책무라고 얘기했는데, 의사의 재산권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가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특정 직역(의사)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유보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는 기본적으로 의업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이라며 "예전에는 그래티튜드 페이백(gratitude payback)이라고 환자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의사에게 집 한 채를 주기도 했고, 의사들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달걀 두 줄 받고 치료도 해줬다. 환자와 의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적 관계로서 서로 (대가를) 조율하는 것이지 누군가(국가) 개입하는 게 옳은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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