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탄두 시험이라기엔 고도 낮고 거리 짧아…"정상적 다탄두 분리 모습 아냐"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 시험 성공을 주장하면서 진위에 관심이 쏠립니다.
어제(26일) 새벽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우리 군이 공중 폭발해 파편으로 흩어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자, 오늘(27일) 북한은 '여러 개의 탄두가 분리된 것'이라며 정면 반박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총국은 어제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개별기동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시험은 중장거리용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 1단 엔진을 사용했고, 분리된 기동 전투부들이 3개의 목표 좌표로 정확히 유도됐다고 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개별기동 전투부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를 뜻합니다. 하나의 미사일 동체에 실려 발사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 개별적인 목표를 향하면서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미사일 1개로 여러 발을 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MIRV는 미국의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에 처음 적용됐습니다.
북한의 다탄두 미사일 시험이 보도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으로 발사한다면 워싱턴DC와 뉴욕 등 여러 도시를 1발의 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큰 위협입니다.
그러나 이날 북한 주장에는 여러 허점이 존재해 기만과 과장으로 보인다는 게 군과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북한이 우리 군이 실패로 판단한 어제 탄도미사일 발사가 다탄두 능력 확보를 위한 '성공적'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어제 발사된 북한 미사일은 250㎞가량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평양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 폭발'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도 "개별기동전투부의 비행 특성 측정에 유리한 170∼200㎞ 반경 범위내에서 진행됐다"고 밝혀 비행 거리는 큰 틀에서 비슷했습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비행 거리를 토대로 "실제 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170∼200㎞ 반경은 대기권 밖까지 상승했다가 개별 탄두를 분리하는 MIRV 기술을 실험하기에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일본 당국이 관측한 북한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100㎞ 수준이었는데 이 또한 MIRV를 실험하기에는 낮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개별 탄두 분리'보다 합참이 파악한 '공중 폭발'이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입니다.
북한은 '개별기동 전투부 분리'라는 설명을 붙인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흰 연기로 표현되는 항적이 2개 이상으로 갈라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고도 100㎞ 이내였다면 미사일이 상승하는 단계에서 분리된 항적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개별기동 전투부가 아니라 단순히 미사일 1단 엔진이 연소 종료 후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장면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더욱이 확실하게 분리되는 항적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선형이어서 과연 정상적 분리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다탄두 분리 모습이라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북한은 저고도에서 개발 중인 PBV(후추진체)의 유도제어 시스템의 기술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PBV는 미사일 하단부의 엔진과 상단부 탄두 사이에 들어가는 장치로, 엔진 연소 종료 후 분리된 탄두의 자세와 방향을 잡아주는 작은 모터입니다.
북한이 화성-17형과 화성-18형 등 기존 ICBM에 탑재할 MIRV 능력을 확보하고자 낮은 고도에서 PBV 기술만 실험해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