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주 미술관 여자 화장실에 피카소 작품이? 알고보니…
입력 2024-06-26 18:26  | 수정 2024-06-26 18:31
호주 모나 미술관 여자 화장실에 걸린 피카소 작품 / 사진=모나 미술관 큐레이터 커샤 케이첼 인스타그램 캡처
법원 "여성전용 전시관은 차별금지법 위반"…미술관, 항의하며 화장실에 전시

여성 전용 전시관을 운영하면 안된다는 법원 결정에 항의한 호주의 한 미술관이 소장 중인 작품들을 여자 화장실로 옮겨 전시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2020년 개관한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 모나(MONA) 미술관은 여성 전용 전시관인 '레이디스 라운지'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당시 미술관은 녹색 벨벳으로 장식된 여성 전용 공간에서 남성 집사가 대접하는 와인과 음식을 즐기며 피카소 등 유명 화가 작품을 즐길 수 있다고 광고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박물관을 찾은 한 남성 관람객은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레이디스 라운지 출입이 거절됐다며 태즈메이니아 민사 행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미술관 측은 법원에서 이 공간이 여성이 겪었던 역사적 불이익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4월 여성 전용 전시관은 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성별을 이유로 남성 입장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미술관은 레이디스 라운지를 남성에게 공개하지 않고 폐쇄해 버렸습니다.

또 녹색 벨벳 장갑을 낀 여성이 중지를 내미는 사진과 함께 '개혁을 위한 폐쇄'라고 적힌 표지판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4일 레이디스 라운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커샤 케이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만을 위한 새로운 전시회가 열린다"며 화장실 벽에 걸린 피카소 작품을 공개했습니다.

차별금지법과 관계 없이 여성만 입장할 수 있는 여자 화장실에 피카소 작품을 전시하기로 한 것입니다.

케이첼은 "한 남성이 제기한 소송으로 레이디스 라운지를 닫아야 했고 그 많은 피카소 그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여성들만 즐겨달라고 밝혔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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