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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Lounge] 글로벌 건설 장비 회사는 왜 냉장고를 만들었나
입력 2024-06-24 18:12  | 수정 2024-06-26 10:50
사진제공 Liebherr
셀럽이 사랑한 냉장고
High-end Freshness, 리페르(Liebherr)

김희선, 고소영, 신동엽 등 셀럽과 와인 애호가들이 애정하는 와인 캐비닛, 드라마 속 부잣집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냉장고. 한 시골 창고에서 만든 타워 크레인에서 시작된 리페르의 기술력은 75년간 혁신을 거듭해 전 세계 프리미엄 냉장고 브랜드로 완성됐다.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열린 리페르 팝업 스토어와 오스트리아 린츠(Lienz)에 있는 리페르 공장을 다녀왔다.
리페르 오스트리아 린츠공장
‘냉장고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모노리스
드라마 속 그 냉장고?
튀어나오는 것 없는 빌트인의 슬림한 깊이, 고급스러운 전면 스테인리스 스틸, 부드럽게 열리는 시그니처 핸들. 드라마 ‘대행사에서 광고기획사 최초 여성 임원을 맡은 주인공 ‘고아인의 냉장고로 등장한 일명 ‘이보영 냉장고,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한국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 나온 냉장고가 무엇이냐”는 문의가 쏟아진 스테인리스 냉장고. 모두 독일 프리미엄 냉장고 브랜드 리페르(Liebherr) 제품이다.
리페르는 디자인과 기술력 때문에 마니아층에겐 이미 유명한 하이엔드 냉장고의 대표주자다. 밀라노디자인위크와 유럽 최대 주방가전 박람회 유로 쿠치나, 베니스비엔날레 3개가 동시에 열려 이탈리아 전역이 떠들썩하던 지난 4월, 리페르 팝업 쇼룸이 열린 밀라노를 찾았다. 쇼룸 안에는 출시 예정인 신제품들과 냉장, 냉동, 와인 캐비닛 등 각각의 유닛을 확장해 조합할 수 있는 최상위 라인인 ‘냉장고계의 롤스로이스 모노리스(Monolith)의 프로토 타입이 전시돼 있었다.
리페르 와인 캐비닛은 온도와 습도 조절은 물론, 진동이 없어 최상의 와인 보관이 가능하다.
아무리 밀폐 용기를 써도 음식물 냄새를 피할 수 없는데, 리페르 제품은 냉장고와 냉동실 사이에 공기 교환이 없어 악취가 전달되지 않고 저장된 음식물이 마르지 않게 합니다. 리페르 제품을 한 번 사면 20~30년 쓰게 되는 것은 이런 기술력 때문이죠.”(APAC 세일즈 매니저 케네스(Kenneth Goh))
벽이나 가구 옆에 환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서랍 형태로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냉동고, 내장된 카메라로 재료를 인식·조합해서 유통기한과 상태에 맞춰 레시피까지 제공하며, 습도와 진동까지 잡은 와인 캐비닛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독립적으로 열리는 프렌치 도어 하단 장착형 냉동고는 서로 다른 온도로 두 개의 칸을 분리한 온도 조절 시스템과, 신선도를 완벽히 컨트롤하는 바이오프레시(BioFresh‑Plus) 기술이 돋보인다.
+2°C의 온도로 음식을 냉장하는 ‘Super Cool 기능과 순간 최저온도 -32°C로 비타민까지 보존하도록 냉동시키는 ‘Super Frost 기능은 리페르만의 75년 노하우다. 고급스러운 소재와 디자인의 냉장고는 냉장고가 아닌 가구처럼 느껴졌는데, 사용자의 취향과 주거 스타일에 맞춰 도어의 방향과 세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컬러나 소재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장점.
다섯 가지 조도로 조절되는 프리젠테이션 조명과 코르크가 숨 쉴 수 있는 적당한 습도를 조절해주고, 진동 없이 와인 보관이 가능한 와인 캐비닛이 내년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위로부터)리페르 기술력의 정수인 습도 조절 기술인 ‘바이오 프레시를 통해 식자재의 신선도를 최대로 유지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 내부 공간을 넓혔으며 높은 효율의 모터로 조용히 작동하는 에너지 효율 최고 등급 제품을 생산한다.
리페르의 와인 캐비닛은 최적의 상태로 와인을 보관할 수 있어 셀럽에게 인기가 높다.
세계 최대 건설 장비 회사에서 냉동·냉장고 1위 회사로
1949년 한스 리페르(Hans Liebherr)가 설립한 리페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황폐해진 독일의 재건을 위한 건설 크레인 장비를 개발한다. 철제와 철강에서 시작된 이러한 기술력으로, 취약한 인프라 때문에 음식 저장이 어렵던 사람들의 식생활을 개선해주기로 마음 먹은 리페르는 냉기가 새지 않는 법을 개발해 유럽에서는 최초로 1954년 첫 냉장 라인을 선보인다.
이후 3대에 걸쳐 항공, 운수, 가전 부문에서 독일 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리페르는 현재 독일 내 프리미엄 냉장·냉동고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부터 모든 설비 기계까지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리페르는 전 세계 50개국 이상 국가에 진출, 냉장 및 친환경 기술에 대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다.
밀라노 현지 리페르 팝업 쇼룸 현장
프리미엄 라인 생산에 특화된 오스트리아 린츠(Liebherr-Werk Lienz GmbH)공장
1980년에 설립된 오스트리아 린츠 공장에선 리페르의 최상위 라인인 모노리스와 와인 캐비닛 외에도 의약품 보관용 냉장고와 상업용 냉장고 등을 주로 생산한다. 연 39만 대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만년설을 머리에 인 리엔츠 돌로미텐(2,770m)의 줄기 산맥을 병풍처럼 낀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나이대가 인상적이었던 공장 직원들 대부분이 3~4년간의 수련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배선 과정을 포함한 제조 공정의 약 28%가 기계나 로봇의 도움 없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기 때문.
다른 회사들은 200~300번째 제품들을 랜덤으로 체크하는 반면, 저희는 100% 모든 제품을 일일이 검수합니다.(리페르 제품 교육 담당 루벤(Ruben Gutzelnig)) 한쪽에 위치한 제품 검수장에서 모든 제품을 일일이 체크하는데, 완제품 하나를 검수하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한다.
‘마이 스타일(My Style) 코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여자친구의 얼굴이나 강아지, 좋아하는 술 등을 냉장고에 프린트한다.
냉장고 외관을 원하는 이미지와 소재로 바꿀 수 있다.
타 브랜드들처럼 식세기, 오븐 등 여러 가전을 만드는 대신, 냉장 냉동고 제조에만 집중해 온 리페르는 1,000분의 1 밀리미터까지 정확함을 추구, 부품을 제조하는 기계까지 직접 개발, 제조한다. 소음 내구성 안전에 대해 수천 번의 관련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도어는 최소 10만 번의 테스트를 거친다고.
특수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냉장고 선반은 최대 30kg의 무게를 견디도록 만들어졌다. 마감의 완성은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6개월간 야외에서 건조한 냉장 냉동고 플라스틱 내장재로 마무리 된다.
공장을 소개하던 루벤은 계속해서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유기화합물이나 화학 용매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재사용과100%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만을 사용합니다.” 환경 친화적인 그린하우스 가스를 사용해 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리페르는 유해물질 안정인증인 RoHS 규정을 준수하는 냉장고를 전 세계 최초로 생산한 바 있다.
한 시골 창고에서 만들어진 소형 타워 크레인에서 시작된 기술의 혁신은 쿨링 솔루션에 혁신을 가져온 하이엔드 냉장고로 거듭났다.
작은 나사까지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 리페르의 경쟁력”
리페르 APAC 사업부문 총책임자 지안 파올로 글뤼클러(Gian Paolo Glueckler)
그가 리페르 아시아-태평양(APAC) 사업부문 총책임자를 맡은 이후 리페르 APAC 지역은 물량을 거의 3배로 늘리며 전례 없는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싱가포르 본사에서 중국, 호주를 포함한 APAC 가전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지안 파올로 글뤼클러 총책임자를 밀라노 현지에서 만났다.
• PROFILE 소비재 분야의 중소기업 및 다국적 기업에서 17년 이상의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2009년 리페르에 입사한 이후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수출 시장을 담당하다가 2015년 싱가포르로 건너가 리페르-싱가포르 Pte Ltd의 가전 부문 총지배인으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책임졌다.
Q 리페르가 냉장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된 기술적 이유가 있다면?
천연 화산암을 활용한 리페르의 진공 펄라이트 기술인 ‘블루록스(BluRoX)는 기존의 3분의 1로 열 전도율을 줄이는 대신, 냉장고 용량은 최대 25% 늘였다. 게다가 100% 재사용한다. ‘바이오프레시(BioFresh) 기술은 생선과 해산물을 얼리지 않으면서 가장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데 치즈의 경우 최대 100일, 키위는 48일 보관할 수 있다. 냉매압축기를 하단에 위치시키는 ‘블루퍼포먼스(Blu Performance) 절전 기술은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로 높이면서도 소음이 적다.
Q 아시아 시장은 유럽과 확실히 다른데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
리페르는 모두의 부엌을 더 엘레강스하게 만든다. 각 국가 컨디션에 따라 더 강력한 압축기와 견고한 재료를 쓰며 뜨겁고 습한 나라에선 부식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최고급 스테인리스 스틸을 쓴다. 내년에 아시아 태평양 시장에 출시 예정인 리페르의 와인 캐비닛은 +5°C에서 +20°C까지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두 개의 독립적인 온도 구역을 갖추고 있으며 코르크가 단단히 밀봉되도록 습도도 적절하게 유지해준다.
사진제공 Liebherr
Q 소비자들은 매우 까다로워졌다. 점점 세밀화되는 고객의 취향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리페르는 소비자 각자가 기호에 맞춰 냉장, 냉동고, 와인 캐비닛을 조합시킬 수 있도록 여러 옵션을 가미했다. 개별 냉장 혹은 냉동고를 추가로 구매해도 편의에 따라 도어의 방향 및 세팅을 바꿀 수 있으며 냉장·냉장고도 세트나 트리오 등으로 확장시키는 등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마이 스타일 옵션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나 소재를 외부에 가미할 수 있다. 대중적인 짧은 트렌드에 맞추기보다는 일단 리페르를 선택한 소비자들의 섬세한 취향을 고려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Q 앞으로 한국 시장 진출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은 우리의 중점 관리 국가다. 리페르는 전 세계적으로 빌트인 냉방, 냉동, 와인 가전 중 가장 넓고 유연한 제품군을 지니고 있다. 최신 기술이 탑재된 와인 냉장고 등 적절한 모델을 선정하기 위해 한국 인테리어 및 건축 회사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다. 에너지 등급, 높은 수입규제 등에 맞춰 현지화 전략을 펼 것이다. 제품은 모두 KC 인증을 모두 받았으며 220/60hz 전압 요구에 맞게 제작됐다.
Q 리페르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는?
‘가장 작은 나사까지도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다. 이는 리페르가 1954년부터 펼쳐온 가치다. 우린 70여 년 동안, 고품질의 냉장고와 냉동고를 판매해왔고, 지금은 매년 200만개 이상의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수십 년간 빠르게 변화해온 트렌드와 소비자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공학, 기술 개선을 굳건히 지키고 식품이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되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연결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소재, 터치감, 고급스러움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이다. ‘Classic is Forever니까.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Liebherr]
[취재협조 코스모앤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6호(24.07.0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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