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학교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 조형물 설치를 추진한 가운데 찬반 논쟁이 불거졌습니다.
오늘(22일) 인하대 총동창회에 따르면 동창회는 대학 정석학술정보관(도서관) 남측에 조성할 ‘하와이-인하 공원에 이 전 대통령 사진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창학 역사를 조명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전 대통령이 인하공과대학(인하대 전신) 초대 학장에게 교기를 전달하는 둥근 형태 사진이 지름 3m 크기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피난지 부산에서 김법린 당시 문교부 장관에게 인천에 공과대학을 설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는 기부금을 모으고 정부 보조금도 보태는 등 대학 건립을 지원했습니다.
하와이 교민들은 사탕수수밭에서 고된 노동을 견디며 인하대 개교 자금을 보탰습니다. 인하대라는 이름도 이들의 헌신을 기리기 위해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습니다.
조형물은 이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미국 하와이 교민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 5장도 각각 가로·세로 각 1.5m 크기 조형물로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하와이 교민보다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이 더 크게 설치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동창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자칫 특정인을 우상화한다는 식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준석 인하대 총학생회 동문회 회장은 특정인을 부각해 우상화하기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사랑했던 하와이 이민자들의 동포애를 부각해야 한다”며 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동포들의 성금에 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는데 이승만을 부각하면 가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호불호가 갈리고 논쟁이 있는 이 전 대통령 조형물을 나중에 후배들이 훼손할 경우 학교의 오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인하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인하대 창학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분명한 사실”이라며 개교 70주년을 맞아 동상을 복원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논란이 있어 약화된 형태로 조형물 설치를 추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조형물 설치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격해지자 인하대는 당초 21일에 진행하기로 한 기공식 행사를 취소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조성하는 시설인 만큼 교내외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