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끈·끈·이 ①] 금문교 아래 흰색 그물망…투신 막는 '생명줄' 됐다
입력 2024-06-19 19:00  | 수정 2024-06-19 19:57
【 앵커멘트 】
끈질기게 희망을 품고, 삶의 끈을 이어가자.
MBN이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연중 기획으로 다룹니다.
유독 한국인에게 가혹한 세상살이의 원인은 뭔지, 병든 마음의 치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먼저, 총력전에 나선 서방의 또 다른 '자살 공화국' 미국을 현지 취재했습니다.
첫 순서, 안병수 기자입니다.


【 기자 】
▶ 스탠딩 : 안병수 /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관광명소지만 매해 30여 명이 몸을 던져 사망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 약 2억 달러를 들여 축구장 7개 면적의 자살 방지망을 설치했습니다."

시민사회 반대도 많았지만, 실제로 지난해 금문교 자살자는 약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지역에서 주관하는 시민 참여형 정신 건강 행사 '테이크 액션'도 자살률 낮추기의 연장선입니다.


다양한 예체능 활동으로 긴장을 풀고, 마음 속 고민을 편안하게 털어놓자는 취지인데, 약 5천 명의 방문객이 찾았습니다.

▶ 인터뷰 : 샘 니콜스 / LA 시민
- "물가가 매우 높아요. 계속 높아지고 있고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문제를 걱정하고, 또 자녀 양육 고민도 많죠."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게 행사의 주요 메시지입니다.

▶ 인터뷰 : 타이온 퍼킨슨 / LA 정신건강국 수석국장
-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오늘 행사의 목적입니다. 집에서 슬퍼하거나 걱정에 잠겨있지 마세요. 주변과 단절될 수 있으니까요."

신속한 구조 요청을 위해, 2022년 도입한 자살 예방 핫라인 '988'은 매달 50만 건 이상의 긴급 전화가 몰립니다.

주마다 달랐던 상담번호를 통합하자 응답률은 90%로 올랐고, 대기시간도 평균 30초 대입니다.

세대 차이를 고려해 젊은층에는 비슷한 나이대의 자원 봉사자를 상담사로 배치합니다.

▶ 인터뷰 : 카슨 폴리 / 자원 봉사 지원자
- "주변 친구들이 사망한 후에 발견한 적이 많아요. 그들을 애도하면서,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싶어 자원했습니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에게는 예방 교육에 주력합니다.

관련 교과목과 지원 사업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자 양성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LA에서도 100여개의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 인터뷰 : 프랭클린 로메로 / LA 정신건강국 감독관
- "정신건강국에는 자살 예방교육 부서가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공유하고, 교육자들이 받는 훈련에 대해서도 평가합니다."

OECD 가입국 중 미국의 자살률은 6위, 부동의 1위인 한국도 하루 빨리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MBN뉴스 안병수입니다.

[ ahn.byungsoo@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그래픽 : 송지수 임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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