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노소영 "서울대 학생들에게 좀 실망…잔뜩 경직"
입력 2024-06-15 17:44  | 수정 2024-09-13 18:05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되어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계명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서 특강을 진행한 소회를 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노 관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tabula rasa'(백지)란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타불라 라사(tabula rasa)란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흰 종이'를 뜻합니다.

노 관장은 자신이 최근 계명대와 서울대에서 특강을 진행, 학부생을 상대로 한 수업이라 부담이었지만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노 관장은 "(계명대) 수업 전 잠시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본관에 들렀더니, 커다란 희고 빈 캔버스가 계단 정중앙에서 나를 맞았다. 심상치 않아 물어보니, 총장님의 교육철학이라 했다"면서 "tabula rasa, 백지.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넘겨짚었더니, 총장님 얼굴이 환해지셨다"고 신일희 계명대 총장과 만난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어 "50분 정도 강연을 하고 포스트잇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줬다. 40~50명쯤 돼 보였고, 질문이든 코멘트든 무엇이라도 써 내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고 학생들에게 선언했다"며 "무슨 질문이 나올까 궁금해하면서 한 장씩 읽어 봤고, 감동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은 순수하고 진지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타불라 라사'에 감명을 받은 나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질문들이 제대로 정곡을 찔렀다"며 "한 학생은 '관장님의 타불라 라사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요?"라고 물어왔다"며 놀라움을 드러냈습니다.

노 관장은 서울대 학부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한 이야기도 이어갔습니다.

노 관장은 "학생 수도, 강의 시간도 포멧도 (계명대에서 했던 특강과) 비슷했다. (수업 전) 서울대 주임교수는 질문들을 먼저 받아 내게 줬다. 이런 고차원의 생각들을 한단 말이야?하고 기대 반 우려 반 강의에 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나는 '가슴에서 나오는 질문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진솔한 소통을 유도했다. 가슴으로 말하려면 가드를 내려야 하는데, 이들은 잔뜩 경직돼 있었다"며 "'학부생이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바닥이 보이지'란 생각이 들어 할 수 없이 바닥을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관장은 "(강의 후) 나오면서 주임교수에게 느낀 그대로 이야기를 했다. 좀 실망스러웠다고. 그러자 본인도 지방대에서 가르칠 때가 더 좋았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노 관장은 두 강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우리 교육이 갈 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쪽은 평범한 지방대, 다른 한쪽은 이 사회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곳. 문제는 GPT 등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들의 지능은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다"며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차후에 다음 단계의 인공지능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매우 소수일 뿐이다"고 지적했습니다.

노 관장은 "나는 계명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삶 또는 배움의 목적은 저 빈 캔버스에 멋진 자화상을 그리는 것. 정체성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고,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붓을 손에 들고 있다. 자,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끝맺었습니다.

한편, 노 관장은 서울대 공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한 후 윌리엄앤드메리대학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재산분할로 1조 3,803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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