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루 종일 병원 찾던 50대 응급환자…병원장이 살렸다
입력 2024-06-15 09:56  | 수정 2024-06-15 10:19
이송되는 응급환자 A씨/사진=연합뉴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급성 충수염 환자 직접 수술


의료계 집단 휴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천에서 50대 응급환자가 하루 종일 병원을 찾아 헤맨 끝에 지방의료원장으로부터 직접 수술을 받아 위기를 넘긴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늘(15일)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50대 A 씨는 지난 11일 오후 2시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습니다. A 씨는 평소 치매가 있는 데다 돌봐주는 가족도 없어 복지관에서 요양 보호를 지원하는 사례관리 대상자였습니다.

A 씨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종합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고, 급성 충수염 진단에 따라 수술 일정을 잡은 뒤 입원했습니다. 당시 A 씨는 맹장이 터지면서 장폐색(막힘) 증세를 보였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긴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2일 오전 중에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A 씨가 병실을 무단으로 벗어나며 일정이 틀어졌습니다.


병원 측은 A 씨가 탈출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낸 점을 고려해 수술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소견서를 작성해줄 테니 정신과 협진이 가능한 대학병원을 방문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때부터 급박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장기화 여파로 대부분 병원 상황이 여의찮았기 때문입니다.

복지관 측은 우선 인천의 상급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모두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습니다. 급한 대로 인천은 물론 서울·경기 등 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혀 수소문했지만, A 씨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A 씨의 복부가 맨눈으로 봐도 심각할 정도로 부풀었을 때, 인천의료원으로부터 환자를 데리고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겨우 받은 연락이었다"며 "의료계 사태에 따른 열악한 상황을 실감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결국 지난 12일 밤이 돼서야 입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오전 7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집도로 이뤄진 수술 끝에 위기를 넘겼습니다. A 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입니다.

인천의료원 측은 당초 A 씨의 건강 상태를 보고 상급종합병원 입원을 권했으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결국 환자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 원장은 의대 증원 계획에 따른 전공의 이탈 사태와 관련해 평소에도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교수들이 환자 곁을 벗어나 '투쟁'하는 방식의 대응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사진=연합뉴스


조 원장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평소 수술을 자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할 땐 언제든 하고 있다"며 "환자 사정을 듣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는 결국 환자 곁에 있을 때 힘을 얻는 것"이라며 "최근 의료계 무기한 휴진 움직임에 따른 우려가 큰데 의사들의 지성을 믿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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