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졸업생은 무기한 '웨이팅게일'…재학생은 "취업난 도미노 두려워요"
입력 2024-06-14 19:00  | 수정 2024-06-14 19:30
【 앵커멘트 】
혹시 '웨이팅게일'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취업은 확정됐지만, 병원 측 사정으로 발령 대기 상태에 놓인 간호대 졸업생들을 말하는데요.
의료대란으로 인한 경영난에 대기줄은 더 길어졌고, 급기야 재학생들마저 미리 한숨부터 쉰다고 합니다.
안병수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간호대학, 점심 시간 가벼워야 할 발걸음에 무거운 공기가 감돕니다.

취업 준비로 분주해야 하지만, 의료대란 여파로 올해 수도권 병원 채용 공고는 중앙대 병원 1곳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 스탠딩 : 안병수 / 기자
- "신규 간호사 취업률은 최근까지 8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의료대란으로 인한 경영난에 병원이 채용을 멈추면, 예비 간호사들은 갈 곳을 잃게 됩니다."

올해 간호학과 입학 정원은 2만3천여 명, 간호사 자격증 취득자도 매해 2만여 명에 이릅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펼칠 날만 기다렸던 재학생들은 취업난 도미노가 두렵습니다.

▶ 인터뷰 : 간호대 재학생 A (3학년)
- "아무래도 올해 4학년들이 취업이 안 되면, 내년 3학년 취업에 영향이 많이 올 것 같아서…."

▶ 인터뷰 : 간호대 재학생 B (2학년)
- "4학년뿐만 아니라 3학년, 2학년들도 분위기가 별로 좋지는 않아요. 의료공백이 생겨서 병원 입장에서 다시 뽑기는 어려운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여름 취업 문을 통과한 졸업생들도 정작 발령을 받지 못해 1년 가까이 대기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사실상 무직 상태인 이른바 '웨이팅게일'로 불리는데, 일부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갑니다.

▶ 인터뷰(☎) : 간호대 졸업생 (발령 대기자)
- "대학병원에 웨이팅이 잡혀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들 채용을 안 하시거든요. 그래서 다른 병원 일자리는 잡기가 어렵고 그냥 간단한 알바조차라도…."

한 간호계 관계자는 "취업 적체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며 "상급종합병원들이 올해 가을쯤 채용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현직 간호사들이 속한 서울대병원 노조 등은 오는 17일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 업무를 맡지 않겠다며 휴진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MBN뉴스 안병수입니다.

[ ahn.byungsoo@mbn.co.kr]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양문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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