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ssue Pick] 달콤한 악마의 유혹, 술...기원전 4000년에 시작된 술의 기록
입력 2024-06-14 11:38 
(사진 픽사베이)
술, 참으로 묘하다. 기분이 좋아도, 우울할 때도 찾게 되는 것이 술이다. 과거, 지금의 50대들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술 마시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자 ‘직장인의 덕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MZ세대 사이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1 『탈무드』에는 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술을 빚은 아담에게 악마가 한 모금 마실 수 있냐고 묻는다. 아담은 악마에게 술을 주었고, 악마는 술의 맛에 반한다. 악마는 포도밭에 거름을 주겠다 말하고 양, 사자, 원숭이, 돼지를 잡아와 네 짐승의 피를 포도밭에 뿌린다. 인간은 여기서 난 포도로 술을 빚어 먹었다. 그 뒤로 인간들은 첫 잔은 ‘양처럼 순해지고, 둘째 잔은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셋째 잔은 ‘원숭이처럼 춤추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돼지처럼 더럽고 추해졌다고 전해진다.
#2   2023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순수 알코올 기준으로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21년 연간 7.7ℓ이다. 순수 알코올은 맥주 4~5%, 포도주 11~16%, 독주는 40%를 환산한 수치다. 우리나라 주류 소비량은 2021년 8.9ℓ, 2016년 8.7ℓ, 2021년 7.7ℓ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OECD 평균은 2021년 8.6ℓ였으며, 독일 10.6ℓ, 프랑스 10.5ℓ, 미국 9.5ℓ, 일본 6.6ℓ, 멕시코 5.1ℓ이다.
#3   2021년 우리나라 소주와 맥주 반출량과 수입량은 소주 22억9,000만 병, 맥주 35억9,000만 병이다. 성인 1명이 1년 동안 1인당 소주 52.9병, 맥주 82.8병을 마신 셈이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류 소비, 섭취 실태조사를 했다. 결과 2017년에 비해 1회 음주량은 감소했지만 고위험 음주 경험 비율은 증가했다. 남성은 67.2%, 여성 59.7%보다 높았고 특히 30대는 70%가 폭음, 과음 경험이 제일 높았다.
술의 역사, 그 시작은 언제인가
(사진 픽사베이)
술의 시작은 어쩌면 인간의 기록 역사 훨씬 전이다. 기원전 약 4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서는 포도주를 교역했다는 기록과 유물이 남아 있다. 또 기원전 3000년 전 파라오 피라미드에서 포도주 단지가 발견되고 ‘함무라비 법전에는 술의 양을 속이면 사형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물론 학자들은 그 전에도 술이 있었다고 한다. 일테면 일부 동물은 과일을 따 구덩이에 넣고 과일이 발효되어 즙 같은 형태의 액체, 즉 술을 마셨다지만 이를 확인할 기록이나 흔적은 없다. 이처럼 술은 인간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음료이다. 해서 일부 학자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인간이 술을 음용했기에 인간의 DNA에는 술을 분해하는 능력, 혹은 술에 대한 욕구가 이미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술에 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나온다. 『삼국사기』에 압록강지역 고장 중 ‘풍부성이란 곳이 있었는데 이는 한자로 ‘술잔 받침이란 뜻이다. 신라시대에는 술을 뜻하는 한자 ‘주酒를 ‘서발, 서불이라고 불렀다. 이것이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초기에 ‘수을–‘수울–‘술로 변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예전엔 여러 이유로 회식도 잦았고 술자리 역시 보통 3차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간의 상호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그중 술 문화도 대표적이다. 혼술, 홈술이 늘고 대신 여럿이 마시는 술자리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엔데믹 시대에도 그 긍정 여파는 계속되어 이제 직장에서 오늘 저녁에 맥주나 한 잔 하지?”라는 상사도, 이에 따라나서는 부하 직원도 드문 세상이다.
어떤 이는 말술이고, 어떤 이는 술 냄새만 맡아도 정신을 잃는다. 술을 많이 마시고 주사를 부리거나 진상 짓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마지막 술잔까지 꼿꼿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의지의 인간도 많다. 대개는 아침이 되면 후회한다. 하지만 얼마 안 돼서 또 술을 먹는다. 술은 중독성, 의존성이 있다. 하루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다. 이처럼 술의 중독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마약류의 중독성과 비견될 만큼 심각한 중독 상황을 빚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마약성 물질로, 2011년에는 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는 술이 지닌 신체적, 정신적 폐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다.
술,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간을 서서히 무너뜨리다
술이 갖는 긍정적 요소도 분명 있다. 개인의 체질,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주 2잔 이내는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의 위험도를 낮춰준다는 연구도 있다. 또 술을 마시면 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을 생성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고, 또 괴로운 기억이나 상황을 잠시 잊게 한다. 또 술은 신경계를 둔화시키며, 기분 장애를 유도한다. 술은 이성적 감각을 둔화시키고 또 심리적, 육체적 고통 역시 감소시킨다. 해서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용감해지면서, ‘술김에, ‘술 마셨으니 하는 말이지만 등등을 앞세우며 은밀한 비밀도 털어놓는 것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술을 사랑한 역사적 인물들도 많다. 괴테는 ‘책은 고통을 주지만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이다라고 말했고 마틴 루터는 ‘술과 여자와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바보다라고 말했으며, 빅토로 위고는 ‘신은 물밖에 안 만들었는데 인간은 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속담에는 ‘술 마신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우유 마신다고 나아지는 것도 없다는 속담도 있다.
그럼에도 술은 긍정적 작용보다 훨씬 강하고 위험한 부정적 요소가 많다. 역사적 인물들은 술의 폐해를 지적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이고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라 했으며 프랑스에는 ‘악마가 사람을 찾아다니기에 바쁠 때에는 그의 대리로 술을 보낸다라는 격언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술은 일시적인 발광이다라고 했고 셰익스피어는 ‘너에게 아직 이름이 없다면 앞으로 너를 악마라고 부를 테다라고 말했다. 로마 속담 가운데 ‘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 넷째 잔은 발광을 위하여 마신다는 말도 있다. 찰리 채플린은 ‘인간의 진정한 모습은 술 취했을 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음주는 작게는 개인 문제이지만 넓게 보면 사회적 문제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통계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약 5,000명이 알코올 관련질환으로 사망했다. 2010년에 4,535명에서 2020년 5,155명으로 증가했고, 2021년도 4,928명이 술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7조3,698억 원에 이르며 이 중 질병 비용이 6조1,200억 원, 사고 비용이 1조2,498억 원이라고 한다. 질병 비용은 과도한 음주로 인한 질병의 진료와 치료 비용이다. 술은 암, 심혈관, 치매 등을 유발하며 특히 두경부암인 구강, 인두, 후두암과 식도암, 간암, 유방암, 췌장암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고 간암, 간경변, 지방간, 심장병, 고혈압, 대장암, 당뇨병, 급성췌장염, 위궤양, 치매, 정신장애 등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사진 픽사베이)
특히 음주량이 많을수록 우울증 위험도가 증가하고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 시도 경험은 38.7%로 일반인보다 약 10배나 높다. 또한 술은 치매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하루 소주 3잔 이상의 지속적인 음주는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검찰청 범죄 분석을 보면 주취자 범죄의 대부분은 흉악강력범죄라고 한다. 2017년 통계, 전체 범죄자가 중 주취자 비율은 24,9% 약 36만2,946명이지만 그 범죄 유형은 살인, 강도, 성폭력 등 중대범죄 비율은 29.48%로 다른 범죄자의 비율에 비해 훨씬 높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 운전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평균 약 300명이 음주 운전으로 사망한다.
적절 음주량은 일주일에 소주 1병 이하
‘적당한 음주의 기준은 있을까. 물론 이는 각 개인이 잘 알고 있다. 소위 주량으로 개인마다 차이점이 있다. 여기 하나의 기준이 있다. ‘미국국립알코올남용중독연구소NIAAA 가이드라인이다. 이 기준에서 ‘고위험 음주는 주당 평균 음주량이 남성 8잔 이상, 여성 4잔 초과, 혹은 1회 평균 남성 4잔 초과, 여성은 3잔을 넘는 것이다. 이 기관에서 정의한 표준 한 잔은 알코올 14g이다. 이는 캔맥주 1캔, 작은 병맥주 1병, 생맥주 350㎖, 17% 소주는 1/4병이다. 이를 기준으로 적절 음주를 정의했는데 일주일에 남성은 8잔, 여성은 4잔 이하이다. 이는 남성 소주 1병 이하, 여성은 소주 1/2병 이하 마셔야 한다는 말. 즉 7.5잔이 나오는 소주 1병을 일주일 동안 마시면 그래도 ‘괜찮은 음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WHO는 건강을 위해 안전한, 혹은 적절한 음주량은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편이다. ‘술에 취해서, ‘술을 먹고 한 행동이라 등등의 핑계를 대며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취상태 범죄에 대해 형량도 무겁지 않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관행이다. 더 이상 ‘술김에 용감해지는 무모한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이 용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술,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기 위한 가벼운 한 잔이 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4호(24.6.1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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