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기자M] 내국인 발걸음 '뚝'…거품 꺼진 제주 부동산
입력 2024-06-11 19:00  | 수정 2024-06-11 23:14
경제기자M 최윤영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유독 호황이었던 곳, 어디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제주였습니다. 지난 2021년 제주도 식당입니다. 줄은 끝이 안 보이고요. 관광지마다 마스크 쓴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난 지금은 이렇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이 확 줄면서 상가들은 폐업에 공실이 속출하고, '한 달 살기' 열풍도 빠르게 식어가면서 제주의 부동산시장은 그야말로 어려워졌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제주의 한 해변입니다.

옥빛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

그런데 여름맞이 성수기 준비가 한창이어야 할 바로 앞 상가들은 다소 한가해 보입니다.


바닷가 도로를 따라 나가봤습니다.

한때 해변 길 따라 골목골목 생긴 상가들 문을 닫은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제주의 외식업체는 올 들어 5달 만에 벌써 7백 곳 가까이 폐업했습니다.

▶인터뷰 : 고진 / 서귀포시 A 음식점 사장
-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일 겪는 것 같아요. (이런 일이라면요?) 이렇게 매출이 떨어지고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것 같아요. 5명이 일하던 가게였거든요. 지금은 2명이 일해요."


주택시장은 더 안 좋습니다. 과거 10년간 쭉 오르던 집값은 재작년말부터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집을 지으면 팔리지도 않고, 있는 집도 사는 사람이 없습니다.

올해 4월 제주 미분양 주택은 2,837호로 '역대 최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주택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높은 분양가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주의 분양가는 전국 3위, 올해 4월 기준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1㎡당 750만 원(3.3㎡=2,477만 원)으로 서울, 대구 다음으로 높습니다.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비용 때문에 건축비가 많이 든 건데 투자수요까지 급증하자 그간 분양가는 끝을 모르고 치솟은 겁니다.

서귀포시의 2년 전 준공한 한 단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절반이 비었습니다.

초기 분양은 120세대 중 27세대밖에 안 됐고, 결국 시행사가 파산해 공매에 넘어가 지금은 반값 떨이 판매가 진행 중입니다.

▶ 인터뷰 : 이제용 / 분양대행사 팀장
- "일반적으로 보통 2억 원 정도는 할인했고요. 4억 원대 후반에서 5억 원대 후반이었던 것을 2억 정도 할인해서 2억 7천만 원부터 물건이 있어요."

바로 옆 이 주택은 2년 전 다 지어졌지만, 분양이 안 돼 전체를 기숙사 등으로 통 임대했습니다.

제주시의 이 단지는 안 팔리자 분양금을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게 하고, 계약 전 '한 달 살아보기'로 손님 끌기에 나섰습니다.
▶ 인터뷰 : 박철훈 / 시행사 대표
- "분양시장이 너무 얼어붙다 보니 중국인 등 해외 유입 인구를 겨냥해 암호화폐를 도입했고요. '제주도 한 달 살기'해서 살아보고 결정하시라는 그런 파격적인 분양 마케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제주 인구는 14년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습니다.

그나마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제주 관광시장에는 기대감이 돌기 시작했지만, 부동산시장 회복까지는 갈 길이 다소 멀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경제기자M입니다.

[ 최윤영 기자 / choi.yoonyoung@mbn.co.kr ]

영상취재 : 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최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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