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선한 시신' 광고…1회 60만 원 의대 해부학 강의 논란
입력 2024-06-11 09:28  | 수정 2024-06-11 09:33
사진=업체 홈페이지 캡처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운동 지도자 등 비의료인을 대상으로 기증받은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활용한 유료 해부학 강의가 개설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교육·연구를 위해 기증된 시신을 비의료인 대상 강의에 영리 목적으로 활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10일) 의료계에 따르면, 헬스 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 운동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의학 강의를 제공하는 한 민간업체는 서울 가톨릭대 응용해부연구소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해부학 유료 강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가톨릭 의대 소속 해부학 박사가 실습을 진행하면 수강자가 참관해 인체 구조를 직접 보는 방식입니다. 강의는 9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6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업체는 해당 강의를 홍보하는 웹 사이트 화면에 '카데바 클래스는 무조건 프레시 카데바(Fresh Cadaver)로 진행됩니다' 등의 설명을 올렸습니다. '프레시 카데바'란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고 살아있을 때와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놓은 해부용 시신을 말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의학 교육을 위해 기증된 시신이 비의료인 대상 강의에 영리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또 해부용 시신이 모자라 의대 실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최근 의대 증원 과정에서 의료계는 안 그래도 해부용 시신이 모자라 의대 실습이 원활하지 않다며, 정원이 늘면 상황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해 왔습니다.

사진=업체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일자 해당 업체의 해부학 강의 광고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됐습니다. 오는 23일 예정됐던 강의도 취소됐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 해부 행위 자체는 자격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지만, 참관에는 제한 규정이 없어 위법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관계자는 "참관도 의료계 일원만 돼야 하는지 등 규정에 대해 해부학회 등과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가톨릭대는 연구소에 문의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현행 시체해부법에서는 '사인(死因)의 조사와 병리학·해부학적 연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의 교육 및 의학·의생명과학의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 시체 해부, 보존, 연구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시체 해부가 가능한 사람을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또는 '의과대학의 해부학·병리학·법의학 교수, 혹은 이들의 지도를 받는 학생'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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