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술 안 마셔도 알코올중독…'자동양조증후군' 캐나다서 확인
입력 2024-06-04 10:49  | 수정 2024-06-04 10:59
자동양조증후군 진단 과정 / 사진=CMAJ/Rahel Zewude et al. 제공(연합뉴스)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알코올 중독 증세로 2년간 7번이나 응급실을 찾은 50세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캐나다 토론토대 라헬 제우드 박사팀은 캐나다 의학협회 저널(CMAJ)에서 해당 여성이 '자동양조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으로 진단돼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양조 증후군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탄수화물이 발효되면서 체내에서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희귀질환입니다.

맥주 발효에 쓰이는 출아형 효모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측정되고 취한 모습을 보입니다.


실제로 이 여성은 근래에 종교적 신념으로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지만,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말이 어눌하고 알코올 냄새가 나며 혈중 에탄올 농도가 높아지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그는 응급실 방문 때마다 지속적인 무기력증과 졸음으로 1~2주간 휴가를 내야 했고, 식욕이 억제돼 거의 먹지 못했으며 무기력증과 졸음이 1~2개월마다 재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여성이 7번째 응급실을 찾았을 때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감염내과, 정신과 의료진의 진단을 통해 자동양조 증후군 진단을 내렸습니다.

자동양조 증후군은 1948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장 파열 소년의 장 내용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났다는 보고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이 질환은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사례로 드물게 발견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는 100건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증상의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고, 치료법도 항진균제 처방과 저탄수화물 식단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제우드 박사는 "자동양조 증후군은 환자와 그 가족에게 상당한 사회적, 법적, 의학적 문제들을 초래한다"며 "이 환자 사례는 이 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임상 진단과 관리에 매우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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