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픈채팅방서 불법 입양…신생아 숨지자 밭에 유기
입력 2024-06-04 09:04  | 수정 2024-06-04 09:14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 사진=연합뉴스

대구에서 오픈채팅방을 통해 신생아를 불법 입양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남녀의 범행이 경찰 수사로 1년여 만에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은 경기도 자택에서 숨진 여자 아이 시신을 인근 친척 집 근처 밭에 암매장했습니다.

대구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아동학대치사, 사체유기 혐의로 2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오늘(4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2월 24일 오픈채팅방을 통해 여아를 불법 입양하고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거주지인 경기도 동두천시 자택에서 여아가 숨지자 시신을 포천시에 있는 친척 집 인근 밭에다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숨진 여아가 불법 입양되고 2주 안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거 관계인 두 사람은 여아를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지만 "아이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불법 입양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여아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지만, 불법 입양 사실이 들통날까 봐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사람은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범행을 부인하다가 통신 기록 등 증거 자료 등을 내밀자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혼모인 여아의 모친은 양육할 여건이 안 되자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날 여아를 불법 입양 보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유기, 방임 혐의를 적용해 모친에 대한 수사를 별도로 진행 중입니다.

현재까지 금전 거래 정황 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범행은 행정 당국이 경찰에 단서를 제공하고 경찰이 끈질긴 수사를 진행하면서 전모가 드러나게 됐습니다.

대구 동구는 출생 신고된 여아의 '정기예방접종' 기록 등이 확인되지 않자 지난 1월 31일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증거 확보를 위해 수십차례 통신, 계좌 등의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100여 일간 집중 수사를 벌였습니다.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이 사건을 해결해 경찰청 출생 미신고 아동 수사 개별 사건 공동 1위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박정식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앞으로도 음지에서 아이를 불법 입양하는 사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사례가 재차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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