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이전에도 극단 선택 시도…채무 독촉받았다" 주장
유족 "가출 사례일 뿐" 반박…"사과 전무, 출소 후 위해 우려"
유족 "가출 사례일 뿐" 반박…"사과 전무, 출소 후 위해 우려"
25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항소심 재판에서 사망의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오늘(30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부 심리로 열린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 A(41)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건 피고인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피해자가 이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었고, 채무독촉을 받았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 측은 이 같은 주장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금융자료 조회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발언 기회를 얻은 피해자 고(故) 전영진씨의 어머니는 "2016년∼2017년쯤 가출한 적은 있었지만, 극단적 선택 시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고인의 아버지는 "유족들에게 가식적으로라도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형 영호씨는 "피고인은 1심에서 '반성한다'고 해놓고는 실형이 선고되자 유족들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며 "혹여나 출소 후 유족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고(故) 전영진씨 생전 모습/사진=유족 제공
재판부는 고인이 2016년∼2017년께 가출 당시 112 신고 기록에 대해서는 피고인 측의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여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3∼5월 피해자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 같은 ○○ 진짜 확 죽여벌라.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대야"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A씨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영진씨는 지난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영진씨가 다녔던 속초시 한 자동차 부품회사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습니다. 영진씨에게는 첫 직장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약 20년 경력의 A씨는 첫 직장 상사였습니다.
1심은 "피고인은 직장 상사로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폭언, 협박을 반복했다. 피해자는 거의 매일 시달렸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1심 선고 이후 A씨는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7월 11일 열립니다.
한편 유족은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지난달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 영진씨가 업무상 재해로 인해 숨졌다고 판단해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