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로드 '킬'이 아니라 '크래시'…동물도 구조 기다려요
입력 2024-05-25 19:30  | 수정 2024-05-25 20:09
【 앵커멘트 】
운전하다 동물과 부딪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떠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도로에 쓰러진 채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기는 동물도 있다고 합니다.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황성아 씨는 세종시에 사는 수달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지난해 금강 수변에서 수달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달과 마주친 장소는 차가운 도로 위였습니다.

▶ 인터뷰 : 황성아 / 가람수풀생태환경연구소 대표
- "실물 보고 싶다 생각하던 차에 아침에 죽어 있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고."

신도시는 야생동물이 사는 녹지 위에 세워집니다.


도시가 생긴 뒤에도 남은 녹지에는 동물이 서식하는데, 간혹 도로에 들어왔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 인터뷰 : 황성아 / 가람수풀생태환경연구소 대표
- "강과 산, 습지, 수변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수달들이 잘 서식하고 있고요. 너구리라든가 삵이라든가 보기 힘든 생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교외 도로에선 사고가 더 자주 일어납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폭이 20m에 달하는 이 도로 주변에는 산과 들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여러 동물이 살고 있는데, 이 동물이 도로를 지나다 차에 치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가 나도 모든 동물이 죽는 건 아닙니다.

차에 치인 뒤 구조된 담비가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일단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도로공사나 119로 사고 위치를 알립니다.

국도에서는 작은 동물이 살아있다면 천으로 머리를 가리고 갓길로 옮겨 119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합니다.

큰 동물은 직접 옮기지 않고 신고만 합니다.

이런 구조나 신고는 언제나 운전자 안전이 확보됐을 때만 해야 합니다.

강한 빛은 야행성 동물을 얼어붙게 하기 때문에 사고를 피하려면 소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 인터뷰(☎) : 우동걸 /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
- "안전거리가 확보된 상황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했다면 될 수 있으면 상향등은 끄시고 미등만 켠 상태로 경적 울려주면 동물들이 인지하고 도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요."

함께 사는 법을 배우면 공존할 수 있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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