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근거지'에 울음 터뜨린 아들"…가장의 한탄
입력 2024-05-24 16:38  | 수정 2024-05-24 21:25
교실(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벌이 아버지 A 씨가 초등학교 4학년 아들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동급생에게 ‘개근거지라는 놀림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근거지란 학기 중 해외여행 등 체험학습을 가지 않고 꾸준히 등교하는 학생을 비하하는 신조어입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가 학교에서 개근거지로 조롱받고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 바 있습니다.

A 씨는 어제 아들이 ‘친구들이 개거라고 한다고 울면서 말하더라”며 밈(meme·장난)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겪은 일 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외벌이로 월 실수령액이 300만~350만 원이다. 생활비와 집값을 갚고 나면 여유 자금이 없는 형편”이라며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는데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국내 여행을 추진하려 했지만 아들은 이마저도 부끄러워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었지만 아이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며 경주나 강릉, 양양 같은 곳을 알아보자고 컴퓨터 앞에 데려갔는데 ‘한국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쪽팔린다고 한다.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포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아내와 상의 끝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부인과 아들 두 명이서만 해외여행을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결혼 문화나 허영 문화도 그렇고 참 갑갑하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한탄했습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타인의 성실성을 비웃는 사회” 같은 외벌이 가장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부모 마음은 알겠지만 자식 기 살려주겠다고 비교에 동참하는 것도 문제”라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정책 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한 첫 번째 ‘패밀리스토밍 자리에서도 이러한 사연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한 참가자는 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나”라며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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