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반려견순찰대 합동순찰 동행취재…구석구석 돌며 '근무 열중'
서울서 1천424개팀 활동 중…주민과 인사하며 '지역사회 활성화' 기여도
서울서 1천424개팀 활동 중…주민과 인사하며 '지역사회 활성화' 기여도
어제(22일) 오후 7시 30분께 서울 양천구 신남중학교 앞에 형광조끼를 입고 목줄을 찬 반려견과 보호자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양반견'이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양천구 반려견순찰대'입니다.
양반견은 이날 가정의 달을 맞아 청소년 선도를 주제로 관내 초중고교, 도서관, 청소년센터, 공원을 돌며 '순책'했습니다. 순책은 순찰과 산책을 합친 말입니다.
다섯갈래로 나뉜 양반견은 1시간 반 동안 거리를 훑었습니다. 좁은 길이 나오면 일렬로 우측통행했고 반려견이 대변을 누면 배변 봉투로 치웠습니다. 해가 떨어진 뒤에는 LED 조명 장치를 목줄에 달았습니다.
갈색 푸들 '대박'은 인도에 놓인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는 한참을 걸었습니다. 보호자 송영범씨는 "쓰레기를 치우라고 훈련한 것은 아니지만 공원에 버려진 공이라든지 곧잘 입에 물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려견 순찰대원들 출동/사진-연합뉴스
이날 합동순찰의 주제가 청소년 선도이기는 했지만 양반견이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조하거나 비행 청소년을 계도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골든 리트리버 '감자'와 함께 순찰한 박현순씨는 공원 공중화장실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점을 확인해 구로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구청은 즉각 조처했습니다.
반려견순찰대는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원리에 기반한 치안 활동으로 평가받습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민과 상호작용하는 순찰로 지역사회가 활성화되면 주변에 대한 감시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며 "최근 사라지다시피 한 커뮤니티 개념을 되살릴 수 있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반려견순찰대를 처음 봤다는 엄모(32)씨는 "평소 어두운 길이나 술집이 있는 골목을 지나갈 때 무서웠는데 반려견순찰대가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보더콜리 '보리'와 한 팀인 김요한씨는 "일손이 부족한 구청에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시설물을 우리는 산책하러 가는 김에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려견 순찰대원들 출동/사진=연합뉴스
이날 반려견순찰대 합동순찰은 양천구뿐 아니라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일제히 이뤄졌습니다.
2022년 서울 자치경찰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반려견순찰대는 자치구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1천11개 팀이 4만8천431차례 순찰하면서 112신고 331건과 120신고 2천264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1천424개 팀이 활동 중입니다.
합동순찰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실시됩니다.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인 다음 달 26일에도 합동순찰이 진행될 예정이고 7월에는 '장마철 시설점검', 9월에는 '여성 안심귀가'를 테마로 합동순찰을 합니다.
반려견 순찰대원들 출동/사진=서울반려견순찰대 제공
이날 순찰견들은 낯선 사람이 보이거나 다른 개가 다가올 때 짖거나 싸우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는 순찰대 선발 시험에서 높은 공격성을 보일 경우 탈락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 때문에 순찰하는데 위협을 줘선 안 되지 않겠느냐"며 "그러다 보니 반려견 체구와 상관없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반려견을 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