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쓰고 버리는 휴지'?…간호법 통과 촉구

간호사들이 스스로를 '티슈 노동자'라고 칭하면서 간호사 처우 개선 방안을 담고 있는 '간호법안'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은 오늘(20일) 국회 기자회견을 연 자리에서 휴지를 한 장씩 뽑아서 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간호사들의 처지가, 필요할 때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휴지와 똑같다는 뜻입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이 오늘(20일) 국회에서 휴지를 한 장씩 뽑아서 버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MBN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은 "매년 2만 4,000명의 간호사를 새로 뽑지만 1년 이내에 1만 4,000명(57%)이 간호사를 포기하고, 5년 이내에 80%가 간호 현장을 떠난다"며 "과중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고 항변했습니다.

탁 회장은 "정치권은 '나중에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말은 더 이상 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서 한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21대 국회를 10여 일 남긴 오늘까지도 여야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느라 회의를 소집조차 안 하고 있는데, 환자를 떠난 의사들과 자신의 정치 싸움을 위해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인이 무엇이 다른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숙련된 간호사가 없어도 휴지 뽑듯이 간호사를 사용하고, 부족하면 새로 뽑으면 되는 것이냐"며 "의사가 의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여야 정치인 모두 앞다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간호사들이 더 이상 '티슈 노동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단에 유의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최근 발의된 간호 관련 3개 법안을 조율해 정부안을 제출한 것으로,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 PA(진료지원) 간호사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수정된 간호법이 제정되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의료행위를 지원·보조해왔던 PA 간호사가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전망이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 상임위 개최가 미뤄지며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